사회 사회일반

[단독] ‘행적 묘연’ 용산구청장, CCTV 보니…"밤샘근무" 거짓

■ 박희영 용산구청장 불투명한 행적 확인해보니

참사 이전 실시했다던 두 차례 순찰은 모두 거짓

참사 인지 후에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활동

다만 소방대응 3단계에도 회의 참석 없이 귀가해

10일 서울경제가 확인한 서울 용산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택 인근 CCTV 화면. 29일 오후 8시 22분 박 구청장이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귀가하고 있다. 독자 제공10일 서울경제가 확인한 서울 용산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택 인근 CCTV 화면. 29일 오후 8시 22분 박 구청장이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귀가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 중 한 명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여태 불투명했던 박 구청장의 행적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성립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박 구청장 자택 인근에 위치한 다수의 CCTV를 확보해 박 구청장의 행적을 확인했다.



①참사 이전 두 차례 순찰 = 거짓


앞서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참사가 발생하기 전 이태원 ‘퀴논 길’을 두 차례 순찰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후 8시 20분과 9시 30분이다. 퀴논 길은 참사가 발생한 헤밀턴 호텔 골목에서 180m가량 떨어진 곳으로 당일 많은 인파가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1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 구청장이 실시했다는 ‘8시 20분 순찰’은 단순 귀갓길로 드러났다. 박 구청장의 자택은 퀴논 길에서 1분 내외에 위치해 있다.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전 경남 의령군을 방문한 박 구청장은 당일 오후 8시 20분경 이태원 ‘앤틱 가구 거리’에 도착했고, 곧장 집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된다. 박 구청장이 집 바로 앞 CCTV에 모습을 드러낸 시간 역시 오후 8시 22분이다.

오후 8시 20분쯤 집으로 돌아온 박 구청장은 두 번째 순찰을 실시하지 않았다. CCTV 확인 결과 박 구청장은 이후 자신의 자택 밖 어느 곳으로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구청장 측은 오후 9시 30분 순찰을 했다는 초기 주장에 대해 “기억에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9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귀갓길 동선을 재구성한 지도. 김남명 기자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9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귀갓길 동선을 재구성한 지도. 김남명 기자


②“주민 문자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나갔다” = 진실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오후 10시 51분경 이태원 상인연합회에게 현장 상황을 문자로 전달받고 참사 현장으로 곧바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문자 수신 8분 뒤인 10시 59분이다. 용산구청은 이후 박 구청장이 현장에서 CPR 등 응급구조 활동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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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경제가 확보한 CCTV에는 박 구청장이 자신의 자택 지하 1층에 있는 출입문으로 나와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박 구청장이 현장으로 향한 경로는 계단이 있고 경사가 가팔라 평소 구청장이 자주 이용하지 않던 길이다. 다만, 이날은 현장에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가장 빠른 경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CCTV에서 박 구청장이 자택 인근 계단을 오른 시간은 29일 10시 55분이다. 해당 지점에서 현장까지 도보로 4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오후 10시 59분에 현장에 도착했다는 박 구청장은 설명은 사실로 확인된다.

10일 서울경제가 확인한 서울 용산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택 인근 CCTV 화면. 30일 오전 8시 50분 박 구청장이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집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10일 서울경제가 확인한 서울 용산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택 인근 CCTV 화면. 30일 오전 8시 50분 박 구청장이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집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③용산구청장 다음날까지 밤샘 근무 = 거짓


용산구청과 용산구 일부 직원들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30일 오전까지 밤새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했다. 30일 새벽 3시 직원의 50%에게 동원 명령을 하달하고 오전 7시 30분까지도 다목적 체육관의 소독을 지시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잠도 자지 않고 근무했다는 설명이다. 용산구청의 한 직원은 “아침에는 전 직원이 출근해 사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라며 “용산구청장이 퇴근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침까지 지휘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5시 38분에 홀로 귀가하고 있다. 독자 제공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5시 38분에 홀로 귀가하고 있다. 독자 제공


다만 서울경제가 입수한 CCTV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30일 오전 5시 38분 귀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소방 무전기록에 따르면 박 구청장이 퇴근했을 시간은 소방대응 3단계가 유지되고 있던 상태로 현장은 구조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소방대응 3단계는 초대형 재난에 발령되는 최고 수위로 6개 이상 소방서의 대응이 필요할 때 발령한다.

집으로 귀가한 박 구청장은 사고 대응을 위해 잇달아 열리던 상황판단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소방은 참사가 발생한 29일 저녁부터 30일 오전 6시 35분까지 상황판단회의를 6차례 열었다. 2차 상황회의에는 소방 지휘부 및 서울시 부시장 등이 참석했고, 30일 오전 1시 9분에 열린 4차 회의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30일 아침까지 계속됐지만 구청장은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CCTV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귀가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30일 오전 8시 49분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함께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율 기자·김남명 기자·박신원 기자·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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