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삶 깊숙이 들어온 AI…숙제는 '인류와 공존'

■가장 인간적인 미래

윤송이 지음, 웨일북 펴냄

윤송이-석학 5명과 대담집

"인간존엄 파괴 등 부를수도

AI 철학 재정립 필요" 역설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

이수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조만간 '범용AI' 출현은 환상

인공지능-인간 강점 결합·협업

업무능력 강화·창의력 극대화를





최근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에서 고성능 인공지능(AI) ‘GPT-3’가 자신의 책과 논문, 인터뷰 등을 끌어모아 작성한 글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고 했다. 글 자체는 잡탕이지만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사실을 결합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인간이 AI보다 더 강하겠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도 AI를 북한 핵보다 훨씬 더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로 꼽았고 빌 게이츠는 AI가 인류의 마지막 기술이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AI와 인류의 공존은 가능할까. AI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AI의 현재와 미래, 대처 방안, 철학적·윤리적 쟁점 등을 다룬 책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신간 ‘가장 인간적인 미래’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정치·철학·컴퓨터공학 등 분야의 석학 5명과 나눈 대담 ‘AI 프레임워크’를 엮었다. 이들 석학들은 미래에는 AI가 인간 존엄 파괴, 경제적·디지털 격차 확대,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 통제불능의 사이버 범죄와 전쟁 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새 시대의 AI를 위한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에서 미 스탠퍼드 대학의 페이페이 리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 공동 소장은 AI는 인류의 대체재가 아니라 인류를 보강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또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AI가 사람을 돕는다’는 차원의 목표에도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뇌 과학, 인지 과학, 심리학 등과 같은 인간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학문을 통합해야만 새로운 기술 창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앨리슨 시먼스 하버드대 철학 교수는 무엇이 우리와 AI를 구별 짓는지,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엇인지를 놓고 인류가 결코 회피할 수 없는 근원적인 질문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송이 CSO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뇌 기능이 정지된 사람의 신체에 AI 인공 뇌를 이식한 경우와 반대로 로봇에게 사람의 뇌를 이식한 경우 중에 어느 쪽이 사람일까. 혹은 둘 다 기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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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는 AI 탄생과 진화 과정을 살펴본 뒤 인간과의 협업 방안을 담았다. 저자인 이호수 전 SK텔레콤 ICT 총괄 사장은 IBM·삼성전자 등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한국의 1세대 AI 전문가다. 그는 하라리의 경고와 달리 지능이 인간과 맞먹는 ‘범용 AI’가 조만간 출현할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AI 알파고의 승리 역시 뛰어난 지능 때문이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강력한 병렬 컴퓨팅 기계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엔터테인먼트의 산업의 공세, 언론의 흥미 위주 기사, 연구 자금을 따내기 위한 일부 연구자들의 포장 등의 이유로 AI의 능력이 과장돼 있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헛된 기대가 AI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기업 현장에서 합리적인 투자와 전략 실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기업들을 위해 현 단계에서 제시하는 방안은 AI와 인간의 협업이다. 인간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인식, 분석, 추론, 본능 판단을 수행하는 데 능숙하며 기계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암묵적 지식(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된 지식)을 갖고 있다. 반면 AI는 대규모 데이터에 숨겨진 패턴과 규칙을 효율적으로 발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AI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에게는 어렵다.”

그는 “AI시스템과 인간의 상호보완적인 강점을 합친다면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리드하며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최근 출간한 ‘AI로 경영하라’에서 ‘인간의 머리’와 ‘AI의 다리’를 결합해 인간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이 전 사장은 △OTT 업계의 글로벌 리더 넷플릭스 △정밀농업 분야에서 혁신을 이룩한 블루리버테크놀로지 △사기거래탐지 시스템을 혁신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퍼스널 스타일 패션 서비스를 제공한 스티치픽스 △채용 프로세스 혁신을 이룬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등 8개 기업의 모범 사례도 담았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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