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날이 추워지면 돌연사 위험도 커집니다. 열에 아홉은 부정맥이 원인인데, 증세를 발견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원인 모를 실신을 경험했다면 즉시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부정맥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10일 서울경제와 만나 "급성 뇌경색과 돌연사의 직접적인 원인인 부정맥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휴식을 취할 때 성인의 정상적인 심장은 분당 60~80회 정도의 빠르기로 규칙적으로 뛴다. 부정맥은 정상 범주를 벗어나 불규칙해지는 심장박동을 통칭하는 용어다. 맥이 너무 느린 서맥부터 너무 빠른 빈맥,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방세동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모든 부정맥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동방결절에서만 만들어져야 할 전기를 심방이나 심실에서 정상 맥박보다 빨리 만들어 엇박자가 생기는 조기수축처럼 가벼운 유형도 있다. 반면 심방의 여기저기서 매우 빠르고 불규칙한 맥박이 만들어지며 불규칙하게 떨리는 심방세동은 전조증상 없이 돌연사로 이어지거나 혈전을 유발해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고령화 영향으로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방세동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4만 5464명으로 4년새 34.3%나 늘었다.
이대목동병원은 부정맥 환자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 부정맥센터를 개소하고 내부시스템 강화에 공을 들였다. 심방세동 시술이 가능한 부정맥 시술실(EP Lab)은 물론 3차원 디지털 심장혈관조영기를 비롯한 첨단장비를 도입하면서 심혈관조영실과 심장전리생리학검사실을 통합 확장해 여러 환자를 동시 시술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심방세동 최신 치료법인 전극도자절제술과 냉동풍선절제술을 활발하게 시행하며 부정맥 관련 모든 시술을 소화하는 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이 이끄는 이대목동병원과 2019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을 합쳐 이화의료원 산하 의료기관 두 곳에서 심방세동을 포함한 부정맥에 대한 시술은 700례에 달한다. 매년 시술건수가 30~40% 늘며 고성장세를 지속하면서도 중증 부작용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성공률이 높다. 특히 풍선모양으로 생긴 기구를 폐정맥에 밀착시킨 후 액체질소를 이용해 급속 냉각시켜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이상부위를 한 번에 제거하는 냉동풍선절제술 도입 이후 시술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입원기간이 평균 2박3일까지 단축됐다. 박 센터장은 최근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거나 몸에 간단하게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놓치기 쉬운 부정맥을 조기 진단하는 연구에 힘쓰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심전도로 부정맥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박 센터장은 "시술적인 경험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국내 부정맥 치료의 메카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