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K장미 예쁘다며 일본에서도 러브콜 받았어요"

K장미 개발 주역 하호수·배소정 삼성물산 프로

정원용 국내 첫 해외 진출 임박

해외종 일색 장미축제 안타까워

2013년 '에버로즈' 개발에 착수

3년만에 품종보호 등록증 획득

해외 전시회선 최고·특별상 수상

"덩굴·블루장미 등도 만들고파"

하호수(왼쪽) 프로와 배소정 프로가 에버랜드 장미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하호수(왼쪽) 프로와 배소정 프로가 에버랜드 장미원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




지난달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국제장미대회장. 대회장에 참석한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관계자들에게 한 현지인이 다가왔다. 그의 입에서는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출품한 장미가 너무 예뻐요. 혹시 우리에게 팔 수 있나요?” 화훼 선진국 일본에서 이제 겨우 첫발을 떼기 시작한 한국 장미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설마 했다. 귀국하던 중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일본 업체가 공식으로 구매하겠다는 의견을 담은 것이었다. 현지에서 품종 보호 등록까지 마친다면 장미 개발에 나선 지 9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일본에 한국의 정원용 장미 수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는 셈이다.




하호수·배소정 프로가 개발한 한국형 장미 ‘에버로즈’의 한 종류인 ‘퍼퓸에버스케이프’. 사진 제공=에버랜드하호수·배소정 프로가 개발한 한국형 장미 ‘에버로즈’의 한 종류인 ‘퍼퓸에버스케이프’. 사진 제공=에버랜드


한국 장미의 일본 진출 가능성을 높인 주역은 에버랜드에서 장미 개발·육성을 담당하고 있는 하호수(46)·배소정(32) 프로다. 서울대 원예학과 15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2013년 한국형 장미인 ‘에버로즈’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인 2016년 품종 보호 등록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기후현 국제장미대회에서 아깝게 은상을 받았지만 올해는 41개의 출품 장미 중 가장 높은 점수로 금상을 수상했고 세계장미회장상 등 특별상 3개까지 쓸어담았다.

하호수 프로. 사진 제공=에버랜드하호수 프로. 사진 제공=에버랜드


두 사람이 에버로즈를 만든 것은 우리나라 꽃 축제의 시조인 에버랜드 장미 축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1985년 장미 축제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정원은 온통 영국과 프랑스·일본 등에서 들여온 해외 품종 일색이었다. 하 프로는 11일 서울경제와 만나 “이전부터 우리 축제인데 우리 장미가 없다는 데 대해 속상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당시에는 기술과 인력이 부족해서 실패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일이다. 먼저 꽃을 교배해 나오는 열매에서 약 2만 개의 씨앗을 얻고 파종을 한다. 이 중 발아하는 것은 약 5000개. 여기서 300개 정도 1차 선발을 한 후 매일 상태를 들여다본다. 하 프로는 “연속 개화성, 내병충성, 향기 등을 관찰하면서 1년간 적합 여부를 살핀다”며 “병에 약한 것은 바로 폐기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품종 등록까지 마친 게 지금까지 20개나 되고 연말이면 2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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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정 프로. 사진 제공=에버랜드배소정 프로. 사진 제공=에버랜드


이들이 장미에 매달리는 이유는 ‘연속성’. 일단 자리를 잡으면 꽃과 잎이 튼튼하게 자라고 뿌리도 커지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장점이 이들을 매료시켰다. 배 프로는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 장미의 특성”이라며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자라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꽃”이라고 역설했다.

장미만 개발한 것이 아니다. 에버랜드 하늘정원길에 심을 매화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내년 중에는 봄의 전령을 만날 수 있는 ‘매화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품종 출원을 하려면 품종 15주와 대조구 15개를 만들어야 하지만 증식이 제대로 안 돼 개체 수를 못 맞추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핑크 장미는 이들이 개발한 세상에 단 하나의 모주(母株)로 내병성도 좋고 색감도 뛰어나지만 증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올해는 포기한 상태다. 몇 년을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우도 있다. 튤립이 대표적인 사례. 하 프로는 “튤립은 몇 년간 뿌리에 영양분을 채운 뒤 꽃을 피운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이 너무 더워서 구근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호수(오른쪽) 프로와 배소정 프로가 에버랜드 장미원에 핀 꽃들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하호수(오른쪽) 프로와 배소정 프로가 에버랜드 장미원에 핀 꽃들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들의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에버랜드 꽃 축제는 봄·여름에 열리고 가을·겨울에는 없다. 축제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상사화’로 불리는 꽃무릇이다. 가을이면 전북 고창 선운사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바로 그 꽃이다.

다른 장미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쉬지 않는다. 하 프로는 “장미 품종을 개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며 “앞으로 덩굴 장미, 미니 장미 등은 물론 블루 장미, 흑장미 등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해외 진출의 포부도 가지고 있다. 배 프로는 “장미 사업을 국내 판매에만 한정하고 싶지 않다”며 “세계 어디나 좋아하는 꽃인 만큼 해외 사업 쪽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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