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학들이 여유 자금으로 쌓아둔 적립금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상위 20개 사립대가 전체 적립금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재정난이 악화해 어쩔 수 없이 곳간을 헐어 쓰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13일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2월 사립대 및 전문대가 보유한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10조 6202억 원이다. 지난해 2월 말의 10조 4363억 원과 비교하면 1839억 원 늘었다. 이 가운데 4년제 사립대 151곳의 적립금은 8조 14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96억 원 증가했다. 올해 누적 적립금이 늘어난 것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유휴 교육용 재산 매각 영향으로 분석된다.
적립금은 사립대가 건축비나 장학금 지급, 연구 장려 등에 쓰기 위해 쌓아두는 기금이다. 등록금과 기부금, 법인 전입금 등 수입에서 운영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이 적립된다. 일각에서는 사학재단이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아두고 있다며 재정난 해소를 위해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대학들은 적립금마다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학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4년제 사립대는 홍익대(7288억 원)다. 뒤를 이어 이화여대(6352억 원), 연세대(6146억 원), 수원대(3772억 원), 고려대(3565억 원), 성균관대(3087억 원) 등 6개 대학이 30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뒀다. 1000억 원 이상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은 총 20곳으로 이들 학교의 적립금은 전체 대학 적립금의 64.7%(5조 2693억 원)를 차지했다.
특히 적립금이 점점 줄고 있거나 바닥난 대학이 문제다. 적립금을 많이 쌓아둔 대학은 그나마 향후 활용할 수라도 있지만 바닥난 대학은 그럴 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대교연에 따르면 적립금이 전년 대비 줄어든 대학도 전체의 40%(110개교)에 달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적립금마저 바닥날 경우 건물 증개축 등 필요한 곳에 쓸 비용 역시 부족해지고 이는 곧 학교 구성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적립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래 투자를 위해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도 필요한 만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