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주택시장 정상화의 궁극적 방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공시가 현실화는 실패한 정책

집값 잡으려다 되레 폭등 불러

규제는 풀고 주택 지속적 공급

적정 수준 변동성 유지 노력을





주택 시장의 가격 급락과 함께 전개되는 개발 금융 및 분양 시장의 불안 가중으로 10일 서울 및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광명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또 남아 있는 규제지역의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로 완화됐다. 지난 9·21대책으로 수도권 외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제지역 해제가 이뤄진 후 또 한 번의 빠른 행보를 보여줬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규제지역의 해제는 다양한 개별 규제들이 묶음으로 해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가장 크게는 다주택자의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중과가 연동돼 해제된다. 이 밖에도 정비사업 및 청약제도 관련 규제가 함께 완화된다. 조만간 발표가 예고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족쇄 완화도 다주택자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들로 하여금 공급자로서, 그리고 투자자로서의 긍정적 기능을 복원시켜 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아쉬운 점은 혹시 모를 시장 반등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핵심 지역인 서울과 인접 도시가 빠졌다는 것이다. 사실 수도권 내 주택 거래의 연쇄 고리를 촉발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서울 핵심 지역의 규제 완화 없이 거래절벽을 무너뜨리고 주택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지만 그 방향성에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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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이번 발표에서 누락된 공시 가격 현실화에 대한 정책적 대안은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다.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방 공공재 제공을 위한 비용을 그 편익을 누리는 주민에게 부담하게 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해외의 적지 않은 곳에서 재산세를 자산 가치나 매매 가격이 아닌 직접적인 이용 가치를 담아내는 임대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기도 한다. 사실 매매 가격이 급등한다고 그 주택을 사용하는 거주민이 얻는 편익이 함께 높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산가치에 기준을 두고 재산세를 부과하는 곳에서도 과표 인상률에 대한 한도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만 재산세, 특히 종부세를 주택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오인하고 불합리한 선택들을 해왔다.

그런 실책 중의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 로드맵이다. 그 방향성은 공시 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에 근접시키고 급등한 만큼 예민하게 올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의 보유 부담을 급증시켜 매각을 유도함으로써 가격을 하락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거래가는 우리가 최근 겪었듯 한 해에 20% 이상 올랐다가 20% 가까이 떨어질 수도 있다. 언론에서 지적되듯 올해 공시 가격이 급락한 실거래가를 상회하는 주택들도 관측된다. 변동성이 심한 실거래가에 근접해 재산(종부)세의 과표를 만들어가겠다는 선택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료와 같은 준조세 성격의 주민 부담도 함께 급등하는 문제점들을 초래했다.

한 가지 되새길 점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들은 왜곡되고 과장된 가치가 앞세워지긴 했지만 결국은 급등하는 가격을 잡기 위한 과도기적인 기능만이 인정될 수 있는 수단들이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가격 급등을 가속화시켰다. 가격 급등기임에도 과도한 수요 규제로 충분한 주택 공급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주택 시장의 경착륙은 주택 공급 급감으로 장래 변동성의 폭을 키울 수 있다. 결국 그 기능이 의문스러운 규제들을 덜어내 정상화된 시장 기제 하에서 지속적인 주택 공급 여건을 조성해 장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시장 변동성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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