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2곳 중 1곳은 징계로 ‘정직’ 처분을 받아도 매달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직 기간 중에도 기본급 일부를 지급한다’는 사내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기업들은 관련 규정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매번 손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바뀐 게 없어 논란이다.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징계제도 운영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 36개 중 정직 기간 동안 보수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곳은 20곳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6개 기관은 징계를 받고 일을 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매달 돈을 지급했다. 특히 징계 기간 기본급의 50% 이상을 지급하도록 정한 회사도 13곳에 달했다.
이 같은 규정 때문에 지난 5년간 징계를 받아 출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을 타 간 공공기관 직원이 500명이 넘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유관단체 중 주요 기관 155개를 대상으로 징계처분 뒤 임금 지급과 관련해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80개 기관에서 모두 573명에게 28억 원을 지급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같은 기간 직위 해제 또는 정직 중인 임직원 162명에게 약 14억 25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정직은 파면·해임·강등에 이은 중징계다. 각 기관의 징계양정 기준표에 따르면 대부분 횡령과 비밀엄수의무 위반 등 비위 정도가 중하고 중과실인 경우 정직 처분을 받는다. 직원은 정직 기간 동안 직원으로서 신분은 보유하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주로 1~6개월 동안 무노동 상태로 머무른다.
일을 하지 못하니 급여도 받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각 기관의 보수 규정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수 규정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제26조에 따라 국가공무원법과 관련 규정을 참고해 만들어진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정직 처분 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표준 취업규칙’을 통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정직 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령과 달리 절반에 가까운 공기업은 정직 기간에도 직원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각 공공기관은 징계 효과를 공무원과 동일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특히 정직 처분 시 보수 전액 삭감을 이행하는지에 대해 연말에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월 공공기관 350개에 대해 전체 점검이 다시 이뤄졌지만 정직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마련한 기관은 4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조항을 마련한 기관은 절반 정도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관도 있어 실질적으로는 정직 처분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기관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조항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은 임금 관련 조항은 노사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