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이익 못낸다"…특례상장 기업 외면하는 기관

7곳중 5곳 IPO철회·공모가 낮춰

시중금리 급등 속 투자매력 급감

상장전 VC서 투자유치도 악재로





기관투자가들이 거래소의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회사들을 기피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특례상장을 활용하는 회사 상당수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성장주’여서 최근 시중금리 급등 속에 투자 매력도가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례상장을 통해 공모를 실시한 기업 7곳 중 5곳이 희망가에 미달한 가격에 공모가를 산정하거나 IPO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적인 방식으로 공모를 추진한 회사 11개 중 5곳만이 희망 공모가 하단을 미달하거나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증시 부진을 고려하더라도 특례상장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이 두드러진 셈이다.

특례상장은 기술력이나 향후 실적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재무 안정성이 비교적 낮더라도 증시에 입성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테슬라 요건) 등이 포함된다. 특례상장을 활용하는 회사 대부분은 적자 상태여도 향후 개선될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매겨 IPO에 나선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래 실적치를 당겨 기업가치를 매기는 특례상장회사들의 기업가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실적의 할인율로 시중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몸값이 낮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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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모주 투자의 앞단에 있는 기관들이 특례상장을 활용하는 회사의 공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 요건과 기술특례로 각각 IPO에 나선 밀리의서재와 제이오는 이달 4~7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호응이 저조해 향후 공모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적자 기업이어서 밀리의서재는 2023년 순이익 추정치를 토대로, 제이오는 202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예상치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마찬가지로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IPO를 진행한 엔젯·인벤티지랩도 이달 초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외면 속에 공모가를 각각 희망가 하단보다 16.7%, 36.8%씩 할인해 결정했다. 지난달 공모를 진행했던 플라즈맵(405000)도 희망 밴드 최소가격보다 22.2% 낮은 7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일단 특례상장 딱지만 붙었다 하면 수요예측에서 희망가 수준보다 눈높이를 낮춰 가격을 써내는 기관투자가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례상장 회사 대다수가 상장 추진 전 벤처캐피털(VC)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것도 공모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례상장기업 대부분은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가까웠던 2020~2021년에 투자를 집중 유치했다.

문제는 당시 매긴 몸값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벤티지랩은 지난해 7월 1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18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인벤티지랩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1000억 원대로 낮춰야 했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비상장 상태에서 책정한 기업가치가 장내 상장사들의 최근 주가 하락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IPO 추진 기업과 공모주 투자가 사이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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