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너무 빨리 키웠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사과 행렬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아마존도 1만명 해고 사과 행렬 동참

연봉 상한선 2배로 올리던 인재 유치전

팬데믹 기간 최대 3배 성장 몸집 키우기

이제 효율화, 슬림화 반성의 시기로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사과합니다. 회사를 너무 빠르게 키웠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많이 하는 사죄의 표현입니다. 회사가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낙관적인 전망 속에 덩치를 키웠다는 말인데요. 지난 해만 해도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력들을 끌어모으고 채용 담당자들을 뽑았다면 이제 그 결정이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며 뒷수습에 나선 것입니다.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1만1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충격을 남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회사가 지금의 모습으로 오게 된 데 책임을 지고 싶다"며 “앞으로 좀 더 슬림한 규모로 효율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직원들을 내보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FP연합뉴스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FP연합뉴스


‘연봉 상한 2배 인상’ 아마존도 1만명 해고

14일(현지 시간) 아마존 역시 해고 대열에 돌입했습니다.1만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뉴욕타임즈(NYT)가 아마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마존이 이번 주부터 1만명 가량의 직원들 해고에 착수한다"며 "아마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정리 해고 대상은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담당하는 조직과 소매 부문, 채용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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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타와 달리 아마존의 해고 규모는 본사 전체 직원 규모의 3% 가량으로, 비중만 놓고 보면 크지 않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성수기에 해당하는 4분기에 인원 감축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앞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접는 등 소규모 감축을 진행한 상황에서 더 큰 비용 감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아마존은 연봉 상한선을 두 배로 인상하며 파격적인 '인재 유지(Talent retention)' 정책을 폈습니다.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재를 잡아두는 것을 중요하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연봉 인상이 경기 침체 사이클로 접어들자 큰 규모의 감축을 진행하게 하는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링크드인 갈무리/링크드인 갈무리


메타 90% 상승…트윌로 200% 늘어

팬데믹 이후 많은 빅테크가 수요의 급격한 상승으로 빠르게 몸집을 확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메타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기준 직원 수가 4만4900여명 수준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87000명 규모로 성장하면서 90% 가량이 늘어났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팬데믹 이후 57% 가량이 늘었습니다. 트위터도 직원 수가 두 배가 됐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역시 트위터의 대량 해고 소식 이후 “회사를 너무 빠르게 키웠다”며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렸습니다. 성장기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인재 자체가 투자였는데 이제 성장 동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이 같이 늘린 몸집이 명백한 비용으로 작용한 겁니다.

중견 기업,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 이 같은 상승곡선이 가파릅니다. 지난 9월 11%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던 트윌로도 팬데믹 기간 인원이 3배로 늘어났습니다. 제프 로슨 트윌로 CEO는 “우리 팀 규모를 빠르게 키운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해고를 기점으로 더 초점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챔버스 전 시스코 시스템즈 CEO는 “성장은 많은 실수를 덮기도 한다. 지난 12년 간의 중단 없는 성장은 우리가 조금씩 더 무거워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숨고르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침체기를 무난히 피해가는 시기일지, 다음 성장의 시기를 위해 기본기를 잘 갖추도록 준비할 것인지 많은 기업들에게 사과 이후의 행동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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