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예술을 만나…'자연'스럽게 치유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어디서든 예술치유'

'PTSD고통' 숲·나무 캔버스 삼아 극복

마음의 상처 그리며 심리 안정 체험

산림치유사·예술치료사 등이 도와

올 4회 걸쳐 '치유도 예술로' 진행

참가자 "내 평생 가장 행복한 외출"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의 참여자들이 함께 만든 ‘식물 만다라’ 작품.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의 참여자들이 함께 만든 ‘식물 만다라’ 작품.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가족들이 도착한 곳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의 국립 대운산치유의숲. 가을 바람이 싱그럽고, 바람과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간단히 짐을 풀고, 우선 숲을 걸었다. 수년 만에 느껴보는 평온함 속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잠시 잊히고,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최영우 산림치유지도사가 “각자의 돌탑을 쌓아보자”고 제안하며 “이곳 대운산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행처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흐르는 물에 스트레스를 띄워 보내는 명상,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 내 그려보는 미술치료의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 날에는 숲 산책 후 가족과 ‘다섯 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이유 없는 원망과 까닭 모를 두려움이 옅어졌다. 마지막으로 치유사가 준 10단의 꽃으로 끊어지지 않는 원형의 그림을 그리며 ‘식물 만다라’를 만들었다. 현장에 참가한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의 오선미 소장은 “꽃으로 만든 ‘만다라’는 가족 각자의 ‘마음의 정원’이 됐다”면서 “숲에서의 경험을 ‘내가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에너지로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 송이 한 송이 이어진 꽃들은 인간도 결국은 자연 안에서 공존하는 것임을 일깨웠다. 외롭다고 느꼈던 자신이 사회의 일원이며, 두렵다고 여긴 세상이 나와 손잡을 수 있는 공동체임을 느끼게 했다. 참여한 어린이들은 둥근 꽃 무더기 안에서 뛰어 놀았고, 부모들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의 참여자들이 ‘나의 나무’를 찾아 흙과 나뭇잎을 재료로 가족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의 참여자들이 ‘나의 나무’를 찾아 흙과 나뭇잎을 재료로 가족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병 아닌 병이 있다. 트라우마라고도 불리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대표적인데, 범죄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말 못할 고통이 이에 속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를 위해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를 올해 신설했다. 전국 각지의 치유의숲에서, 총 4회차에 걸쳐 진행됐다. 숲을 배경으로 예술치료사와 산림치유지도사, 담당 경찰관이 협력하며 참여 가족의 심리적 안정과 관계회복을 지원했다. 자연과 숲이 지닌 치유적 요소에 창의적 체험을 통한 예술치유를 더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 결속력을 강화하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되새기게 해 심리적, 사회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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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운산치유의숲 최영우(왼쪽) 산림치유지도사와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 오선미 소장이 ‘식물 만다라’를 위한 꽃을 내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국립대운산치유의숲 최영우(왼쪽) 산림치유지도사와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 오선미 소장이 ‘식물 만다라’를 위한 꽃을 내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 에서 오선미 소장이 숲 속에서 '나의 나무'를 찾아 옹기토로 표현한 자화상 모습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 에서 오선미 소장이 숲 속에서 '나의 나무'를 찾아 옹기토로 표현한 자화상 모습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담 경찰관이자 독거 노인인 참여 희망자를 위해 가족 역할을 겸하며 이번 가족 힐링캠프에 참가한 울산 중부경찰서 김민정 경장은 “개별 가족이 겪은 상황과 피해 정도가 다르고, 참여자들의 연령과 성별도 제각각이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알차고 진행이 유연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됐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김 경장은 “함께 참여한 한 할머니는 ‘내 평생 이렇게 행복한 외출은 처음이었다’고 말씀하셔서 그간의 고통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피해자와 감정 전이를 겪는 나 자신에게도 도움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을 통해 개인의 심리·정서적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성 회복을 이끄는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은 범죄 피해자 가족 지원 뿐만 아니라 저출산 대응 정책, 청년문제 개선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술 감상과 체험, 창작 활동 등 대상별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 에서 오선미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 소장(왼쪽)과 김수정 보조미술치료사(오른쪽)가 워크숍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어디서든 예술치유-치유도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범죄피해자 가족 대상 가족힐링캠프' 에서 오선미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 소장(왼쪽)과 김수정 보조미술치료사(오른쪽)가 워크숍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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