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감세 반대만 외치더니…금투세·종부세, '출구' 못찾는 민주당

이재명 지시에…당론 흔들려

당 내 의원 반발..진통 이어져

종부세 입장도 돌변..민심 악화

서울 지역 의원 중심 개정 목소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초부자 감세 저지’ 기조가 바뀌는 경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되레 당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일관해왔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이재명 대표가 유예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입장을 180도 바꾸기가 여의치 않다. 당초 완화에 무게를 뒀던 종합부동산세는 정부 여당의 세법 개정안이 나온 뒤 번복한 상태지만 집값은 급락하는 데 종부세 대상자는 급증, 민심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약 120만 명에게 총 4조 원대 규모로 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각에서는 금투세는 물론이고 대선 당시 약속했던 1주택자 종부세 완화에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지만 출구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요 세법 개정안과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원내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상 입법권을 쥐고 있다.

이 대표가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은 동학개미들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금투세 도입 유예 청원은 15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됐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도 최근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으며 13일에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촛불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늦게나마 입장을 바꾼 것은 다행이지만 오히려 당의 내홍만 커지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미 정책위원회와 기재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표리부동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기재위 소속의 한 인사는 “본인이 가장 앞장서 부자감세 반대를 외치더니 이제와 소수의 투자자들만 혜택을 보는 정책에 사실상 나 홀로 찬성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무슨 명분으로 정부 여당의 법인세 인하 입법 등을 막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통해 “지난주 목요일 민주당 기재위원 일동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기재위 간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재위원 전원의 결의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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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차례로 열고 금투세 유예에 대한 당론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정책위는 여전히 금투세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금투세를 여론 수렴 없이 강행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지 미루자고 의견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종부세 정책과 관련된 입장 번복도 민주당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이 과도한 부동산 규제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부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쏟아냈다.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15억 원까지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 기조는 소극적으로 변했다. 결국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불발로 21만여 명의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을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약 10만 명이 종부세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야당 책임론’을 본격 제기했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금투세처럼 당 지도부가 종부세도 부자 감세 반대 프레임을 고수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당의 기조를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면 차기 총선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지역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라며 “지역구에서 종부세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종부세 완화는) 부자 감세 반대 기조를 흔드는 것이어서 당론이 이제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상훈 기자·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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