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원 넘는 운용 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3년 만에 대면으로 투자자 총회를 개최하고 내년에 한층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국민연금 등 국내외 140여 개 출자 기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내년 투자 계획과 보유 중인 투자 기업의 매각 및 실적 향상 등을 설명해 관심을 모았다.
MBK파트너스는 1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2022 투자자 콘퍼런스(2022 investor conference)’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서울에 본사를 두고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창립 17주년을 기념해 3년 만에 연 오프라인 행사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만 투자자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MBK 창업자인 김 회장과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대표 등 MBK파트너스 임직원이 총출동하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행정공제회를 포함한 국내외 출자 기관 관계자 150명가량이 참석했다. 앞서 김 회장은 전야제 행사로 전날 주요 투자자를 미리 만나며 스킨십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내년 신규 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어 이미 확보 중인 약 8조 원의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최대 관심을 모았다. MBK는 2020년 65억 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와 지난해 18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2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N)의 소진율이 30%대로 투자 여력이 8조 원에 육박한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MBK가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에도 투자 기회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 MBK는 국내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온라인 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를 각각 추진했다 무산됐지만 내년에는 투자 여건이 한결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MBK는 1월 신발 원단 업체인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등을 7900억 원에 인수했으며 9월 메가존클라우드의 시리즈C 투자에 2500억 원 규모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출자 기관 관계자들은 롯데카드와 모던하우스 등 MBK가 투자 중인 기업들의 매각 계획에도 관심을 쏟았다. MBK는 매각 작업에 돌입했던 롯데카드의 경우 국내 자금 시장의 경색 등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하면서 내년 중 매각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고 모던하우스 역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MBK는 이와 함께 인수 7년 차를 맞은 홈플러스의 경영 효율화 및 온라인 채널 강화 방향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2013년 인수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실적 개선 및 내년 경영 전망 등을 공유했다. 아울러 MBK는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 지난달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에 밀려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했으나 여전히 현지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고 기업들의 몸값은 떨어지고 있어 투자 실탄이 넉넉한 MBK 등 대형 사모펀드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