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의 부채 비율이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재정 위기로 조직 내부가 뒤숭숭하다. 공익법무관이 급감한 데 따른 인건비 리스크를 미리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재무 건전성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변호사 ‘엑소더스’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재정 위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직금도 못 받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변호사직이 아닌 일반 행정직의 경우 고용 불안에 더 취약해 극도로 예민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 공시 사이트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단의 부채 비율은 2017년 60.51%에서 2021년 115.15%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부채 비율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할 때 사용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7년의 경우 (자기)자본금이 771억 원, 퇴직금충당금이 449억 원으로 재정 상태가 양호했지만 2021년에는 자본금이 557억 원, 퇴직금충당금이 595억 원에 달했다. 가진 돈을 다 합해도 줘야 할 퇴직금을 채우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단은 부채의 대부분이 퇴직금충당금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기형적인 재무 구조를 갖고 있다.
고임금 일반 변호사들을 대신하던 공익법무관이 크게 줄면서 인건비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공단에 파견된 공익법무관은 2018년 133명에서 올해 24명으로 크게 줄었다. 공익법무관은 법무부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법무부에서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다. 공익법무관이 크게 줄면서 공단 내 전체 변호사직 역시 233명에서 148명으로 크게 줄었다. 공단 내 변호사직은 크게 일반 변호사와 공익법무관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익법무관이 크게 줄었지만 일반 변호사는 같은 기간 겨우 2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높은 인건비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단 소속 변호사와 공익법무관의 1인당 담당 사건이 연 100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 법률 구제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법률구조공단 송무 업무 담당 인력의 업무량 과중 및 업무 만족도가 낮은 문제는 사회적 약자들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과 연결돼 있다”며 “업무량, 해당 지역의 변호사 수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변호사 채용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관계자는 “회사에서 겉으로 보이는 사건에만 연연해 사회적 약자와 관계없는 질 낮은 사건들까지 변호사와 공익법무관들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며 “약자를 구제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어야 될 텐데 그것도 없어지고 있어 재정 위기론에 변호사직들 사이에서는 엑소더스가 펼쳐질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