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美 대학병원은 신약·의료기기 연구기지…韓은 병상 늘리기만 급급

[의학·공학 융합혁신 특별좌담]

■ 의료에만 매몰된 한국 대학병원

연매출 10억 의공학기업 100곳뿐

연구중심 의대 내실화 지원 필요

한국공학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14일 조선호텔에서 연 ‘엔데믹 시대의 의학과 공학: 함께 창출하는 혁신 경쟁력’ 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권욱 기자한국공학한림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14일 조선호텔에서 연 ‘엔데믹 시대의 의학과 공학: 함께 창출하는 혁신 경쟁력’ 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권욱 기자




미국 대학병원은 신약·의료기기 연구기지로 자리매김했는데 우리는 의료에만 매몰돼 있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혁신 의료기기회사를 창업한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는 14일 “미국 대학병원은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사업의 연구기지로 쓰인다”며 “이 중 미네소타대병원의 경우 혈관 관련 의료기기 회사만 따져도 2000개 넘게 같이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대학병원도 병상만 늘릴 것이 아니라 공학자·의공학자와 같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의공학 산업에서 연 10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회사가 100여 개에 그칠 정도로 열악하다”며 융복합 지식을 갖춘 의사 양성과 병원과 기업 중심 의료산업의 선순환 체계를 강조했다. 의공학은 의료데이터 처리와 암치료·신약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수술·재활·진단·서비스 로봇, 바이오프린팅과 인공장기, 치료기기, 건강기록 기반 질환 관리 플랫폼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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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진 카톨릭의대 마취과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연구는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연구 주제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최근에는 임상(진료)의 제도까지 도입돼 젊은 의사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많이 선택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학과 공학이 융합한 연구 중심 의대를 내실화하고 대학병원에서 수입을 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현재 연간 의대 졸업생(3000여 명) 중 기초의학 비율이 1% 미만에 그치는데 연구자로 나서도 임상의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수입이 담보돼야 한다”며 “의사들도 근무시간에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14일 조선호텔에서 환구단을 배경으로 공학한림원과 의학한림원과 함께 ‘엔데믹 시대, 의학·공학 융합 혁신 생태계’에 관한 특별 좌담회를 했다. 최윤희(왼쪽부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왕규창 의학한림원장, 선경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민간위원장,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 권욱 기자서울경제는 14일 조선호텔에서 환구단을 배경으로 공학한림원과 의학한림원과 함께 ‘엔데믹 시대, 의학·공학 융합 혁신 생태계’에 관한 특별 좌담회를 했다. 최윤희(왼쪽부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왕규창 의학한림원장, 선경 식약처 의료기기위원회 민간위원장,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학부 교수. 권욱 기자


한동수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지금 산학협력의 현실은 논문과 특허는 대략 90%와 5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지만 제품 개발은 10% 내외, 사업화 성공은 단 5% 미만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논문과 특허 숫자에 함몰되지 말고 사업화를 염두에 둔 기술과 시제품 개발을 하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인 제 아들이 어린이 통증의학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데 평소 ‘한국 의사들이 뛰어나 협력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학과 공학의 협력이 부족해 신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의대생들도 의료 AI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 현재 의학한림원이 5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면 많은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며 의대 교육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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