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갚을 빚만 1조' 금호타이어…통상임금 패소에 2000억 추가 부담 가능성↑

통상임금 소송 파기환송심 일부 패소

재판부, '신의칙' 인정 안 해

추가 소송 이뤄지면 약 2000억 원 지급해야

1년 내 만기 부채 1조 원 달해 막대한 부담 예상

경영계 "신의칙 판단 근거 구체화 필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사진 제공=금호타이어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사진 제공=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073240)가 통상임금 소송의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노조원 3500여명의 추가 소송까지 이뤄지면 회사는 2000억 원 규모의 법정수당과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금호타이어는 회사 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재상고 절차를 밟기로 했다.



광주고법 민사3부(이창한 부장판사)는 16일 금호타이어 전·현직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회사가 정기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산정해 수당을 지급해왔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자 5명이 청구한 2012년 1월부터 2014년 5월분까지의 추가 법정수당 3859만 원의 70.2%인 2712만 원과 지연 이자를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성질을 가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밝혔다.

사측은 근로자의 추가 청구액이 노사가 합의한 기존 임금을 훨씬 뛰어넘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을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에 근거한 원칙으로 계약관계에서 성실하게 상대방에게 응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률성을 갖춘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되면 근로자가 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회사에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을 근로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라는 조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마다, 판결마다 결론이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 기업의 규모, 과거 위기 극복 경험 등에 비춰 볼 때 경영 상태 악화는 극복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인 어려움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라면서도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후 재상고 절차 등을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과 선고 결과가 당사에 미칠 지대한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파기환송심 결과가 재상고를 거쳐 뒤집히는 경우가 드문 만큼 이번 판결은 사실상 최종 선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 3500명의 금호타이어 전체 노조원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추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금호타이어의 경영 상황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7~2018년 영업손실을 낸 금호타이어는 2019년 잠시 흑자를 거뒀지만 2020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올해 들어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46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 내로 갚아야 할 부채는 1조 1097억 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도 추가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가 20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경우 유동성 악화로 인한 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처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경영계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신의칙 판단 근거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원은 근로자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 합의를 위반하고 추가 비용 청구를 했는데도 근로자측이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신의칙 불인정 근거로 경영지표나 경영상황 등 사후적이며 외부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경영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면 이번 사건처럼 법원의 시각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어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지표 등은 신의칙 판단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향후 법원의 통상임금 신의칙 판단에서 노사가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기준 제시 등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창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