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성민(42·가명)씨는 환절기만 되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진다. 올해도 최근 일교차가 커지자 어김없이 콧물, 재채기 증상이 찾아왔다. 해마다 겪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소 일찍 찾아온 추위 탓일지 올해는 평소보다 증상이 심한 느낌이다. 수면부족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스트레스가 늘어났다. 회사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한 두통에 시달리던 조씨는 결국 가까운 병원을 찾기로 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수능 한파'가 없을 것이란 기상청 예보가 나왔지만 아침 저녁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는 만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요즘처럼 공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감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올해는 3년 만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고, 코로나19 7차 유행까지 본격화되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일교차가 커지고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릴 때 현대인들의 일상을 괴롭히는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이다. 성인 남녀 절반 이상이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두통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두통을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증상이 흔하다 보니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도 여러 종류의 진통제가 출시돼 병원은 커녕 약국조차 가지 않고 자체 처방 하에 진통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이들도 많다. 진통제를 복용하고 30분~1시간 가량 지나 불편함이 사라지면 통증에 시달렸던 기억은 금새 잊혀진다. 문제는 대처가 간편한 나머지 얼마나 자주 두통이 발생하는지, 왜 머리가 아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두통을 그냥 지나쳐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혹시 다른 원인이 있진 않은지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스트레스 또는 피곤한 탓이겠거니' 스스로 판단한 나머지 차일피일 검사를 미루다 뇌출혈, 뇌기생충, 뇌종양 등의 질환을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석승한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신경과 교수)은 "외래진료를 보다 보면 동네 병원에서 1년 넘게 진료를 받으면서도 두통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 환자들도 종종 만난다"며 "안면신경의 감각장애 등 다른 증상이 생겨 신경과에 내원했는데 검사 결과 뇌종양으로 진단된 환자도 있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흔히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면 의사가 뇌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문가조차 환자가 주관적으로 표현한 두통의 양상만 듣고서는 정확한 원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환절기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두통 역시 마찬가지다. 일교차가 커진 탓에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어 일시적으로 두통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알레르기 비염·감기·부비동염 등 다른 질환에 의한 두통일 수도 있다.
신경과에서는 두통을 크게 일차성 두통과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한다.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는 유형이 일차성 두통이다. 편두통, 긴장형 두통, 군발 두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감기, 알레르기 비염, 뇌종양, 뇌출혈, 뇌염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한 경우를 이차성 두통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환절기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졌을 때 나타나는 초기 증상인 콧물은 코로 호흡을 어렵게 만들고 부비동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재채기나 기침은 머리 쪽의 혈액 압력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감기·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생겼을 때 두통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콧물, 재채기 등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스트레스가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석 회장은 "두통은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고 진통제 등으로 쉽게 호전되는 경우도 많지만 뇌종양과 같이 이차성 두통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할 증상들을 숙지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두통이 수 일 또는 수 주에 걸쳐 점차 심해져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거나 새로운 형태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가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표적 증상들이다. 신경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흔히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이라거나 "망치로 맞은 듯하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 밖에 두통과 함께 발열과 구토, 충혈, 시력장애, 말이 어눌해지거나,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때도 즉시 신경과를 방문해 전문의의 진찰과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신경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뇌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 영상(MRI)를 시행하는데 검사 시기에 따라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뇌척수액검사나 뇌동맥 촬영을 하기도 한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