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오철수칼럼] 이래선 저성장 돌파 어렵다

백상경제연구원장·논설고문

경기침체에 내년 1%대 성장 전망 속

정치권은 정쟁 매몰돼 민생입법 뒷전

정부도 노조 눈치 보느라 미적미적

이제라도 규제개혁 발 벗고 나서야 ?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경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기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침체 국면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추세를 유지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주요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민간 기관은 물론이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내년 성장률을 1.8%로 낮춰 잡고 있다.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에서는 0%대 성장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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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위기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국민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정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미국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리 정치권은 이런 데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특히 국회의석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인해 경제회생을 위한 주요 법안 개정 작업은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다.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지원법’이 대표적이다. 경쟁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우리는 8월 발의 이후 3개월째 국회에 방치돼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상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시총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단 3개뿐이다. 경쟁국인 중국(42개)이나 미국(28개), 대만(10개)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100대 기업에 포함된 3곳의 시총 순위도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위에서 올해 3위로 내려앉았고 하이닉스는 10위에서 14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출범 당시 80위였던 SK스퀘어는 현재 100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경쟁국은 투자 세액공제 확대와 법인세 인하 등 지원에 안간힘을 쓰는데 우리는 지원은 고사하고 규제 강화로 인해 발목 잡기만 하고 있으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법과 제도가 기업을 힘들게 하는 사례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 노동법제부터 보자. 코로나19 이후 근무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동법제가 유연해지기는커녕 갈수록 경직돼 가고 있다. 경쟁국에서 최대 3년까지 허용되는 탄력적근로시간제는 우리나라에서는 6개월로 제한돼 있다. 재계가 파업으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근로를 허용해 줄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말로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대책회의 안건에 올리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노조 눈치 보기에 급급해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제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충전기만 하더라도 제품 종류별로 승인 기관이 달라 제품 출시가 늦어져 막대한 비용이 초래되고 있다. 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런 불필요한 규제가 수두룩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에 개선을 건의한 것만 120건에 달한다.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외부적인 악재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하지 않으면 그것을 할 의지가 없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절박함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규제 개혁이 돼야 한다.


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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