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수백만원 상당의 고가 월세 거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감이 임차인들 사이에서 커지는 데다, 계속되는 집값 하락으로 시세차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임대인들의 월세 선호도도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9월 서울에서 월세를 낀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금액이 300만원을 초과하는 거래 건수는 총 2432건(계약일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같은 기간 이 같은 거래가 781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2년 만에 고가 월세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월세 거래 전반이 증가한 가운데 고가 월세의 증가세가 저가 월세보다 더욱 가팔랐다. 100만원 이하 월세의 경우 2020년 1~9월 3만2178건에서 2021년 같은 기간 4만926건, 올 1~9월 4만6853건으로 2년 만에 45.6% 증가했다. 100만원 초과~200만원 월세 거래 건수도 8499건(2020년)에서 1만1112건(2021년), 1만4632건(2022년)으로 2년간 72.16% 증가했다. 이와 달리 200만원 초과~300만원 이하 월세는 1523건(2020년)에서 2814건(2021년), 3624건(2022년)으로 지난 2년 간 137.95%나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같은 고가 월세가 과거 강남3구 등에서 중점적으로 나타났다면, 올 들어서는 ‘비강남’ 지역에서도 속속 나타났다는 것이다. 광진구의 경우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 전용 84㎡가 올 6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3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동작구 롯데캐슬에듀포레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의 경우 마포한강푸르지오와 마포한강2차푸르지오, 공덕파크자이,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3~84㎡가 360만~380만원에 월세 거래가 체결됐으며, 서대문구에서는 충정로SK뷰와 DMC파크뷰자이 1단지, 힐스테이트신촌 전용 84㎡등이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이런 가운데 강남3구 등에서는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월세 오름폭이 더욱 커지면서, 올 7월에는 송파구의 리센츠 전용 124㎡가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540만원에 거래됐다. 그간 이 평형에서 월세 금액이 400만원대를 기록한 적은 있었으나 500만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고가 월세의 주 원인이라고 말한다. 기존에는 임차인들이 저렴한 이율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는 대출이 필요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의 여파로 집값도 급락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힘들어진 임대인들도 매매를 꺼리고 세를 내 임대수익을 얻는 것을 추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