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번엔 무슨 말을 할까’…올해 마지막 금통위 관전 포인트 4가지 [조지원의 BOK리포트]

환율 급락 등 한 달 만에 상황 급변

금통위원 동결·빅스텝으로 갈릴지 주목

美 최종금리 변화에 韓 3.5% 높아지나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얼마나 낮출지

자금시장 경색 문제 바라보는 시각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어느 해보다 숨 가빴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10월 금통위 직후까지만 해도 2회 연속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할지,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줄일지 한 방향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사이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 자금시장 경색, 원·달러 환율 100원 이상 급락,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등 여러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베이비스텝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통화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3.8%로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3.5%까지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금통위 결정의 윤곽이 대략 드러난 만큼 최종금리 등과 관련한 이창용 총재의 발언과 한은의 내년 물가·성장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① 빅스텝 또는 동결 소수의견 나올까

10월 금통위 당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빅스텝, 2명은 베이비스텝 소수의견을 냈다. 빅스텝 의견을 냈던 이승헌(부총재)·조윤제·서영경·박기영 위원 가운데 두 명은 일찌감치 베이비스텝을 시사했다. 박기영 위원은 지난 11일 “물가를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환율이었다가 지금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경 위원도 15일 대외금융안정(환율)과 대내금융안정(금리) 가운데 “지금은 대내금융안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발언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빅스텝을 했던 10월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금리 속도 조절을 암시한 것이다.

이승헌·조윤제 위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50bp 의견을 냈던 위원 대부분 환율 상승과 외환시장 불안을 근거로 삼았던 만큼 의견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bp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주상영·신성환 위원이 이번에는 동결 소수의견을 낸다고 볼 수도 없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소수의견 위원들은 과도한 금리 인상을 경계했을 뿐 높은 수준의 물가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25bp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위원 간 의견이 갈린다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금통위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기 때문에 4명이 한쪽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갈리면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사실상 이 총재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부담이 집중된다.

만약 동결 2명, 25bp 인상 2명, 50bp 인상 2명 등으로 나뉜다면 이 총재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안건은 부결돼 금리가 사실상 동결된다. 그렇지만 금통위가 의견을 모으지 못해 금리가 동결되는 상황은 이 총재뿐만 아니라 금통위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금통위가 합의체 의결기구인 만큼 사전에 이견을 조율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5%대로 높아진 연준 최종금리, 한은도 바뀔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회 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하면서 정책금리를 3.75~4.0%까지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연준 인사들은 최종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미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5.00~5.25%,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는 5.25%를 언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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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높아질수록 한은과의 금리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12월 미 연준이 빅스텝만 밟아도 4.25~4.50%인데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하면 1.25%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진다. 연준의 최종금리가 5%까지 오른다면 지난달 이 총재가 제시한 최종금리 3.5%와는 1.5%포인트로 벌어진다. 금통위에는 한은의 최종금리를 3.5%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지만 이보다 높게 보는 위원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들은 공개 석상에서 미 연준의 금리와 1대 1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시장은 내외금리차를 주목하면서 한은의 최종금리가 3.7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최종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제시할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연합뉴스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연합뉴스


③ 내년 물가 3.7%→?, 성장률 2.1%→?

금통위의 금리 결정만큼 주목해야 할 것이 한은 조사국의 내년도 물가·성장 전망이다. 금통위의 의사 결정은 한은의 물가·성장 전망치를 토대로 이뤄지는 만큼 최종금리 수준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전망 당시 내년 물가 상승률을 3.7%,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물가 전망을 더 높인다면 최종금리 수준이 높아지겠지만 성장률을 크게 낮춘다면 최종금리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

한은은 이미 10월 금통위 때부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보다 낮출 것을 예고했다. 이미 10월 빅스텝으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이 2.0%인 만큼 이보다 얼마나 낮은 수준을 제시할지, 이를 경기 침체라고 볼지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지가 관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한국금융연구원은 1.7%를 예상했고 시장에서는 1.4~1.9%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0.6%(ING은행)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은은 앞서 보고서 등을 통해 내년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먼저 실질 구매력 둔화, 자산 가격 하락, 금리 상승 등으로 재화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 소비 회복마저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중국·유럽연합(EU)의 동반 경기 위축으로 수출 부진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통위 내부에서는 기업의 이자 수지 감소 등으로 설비투자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지난 18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④ 금통위는 자금시장 경색 어떻게 보고있나

금통위의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 자금시장 경색이다. 레고랜드 ABCP,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등 각종 이벤트로 정부와 한은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신용채권 금리와 국고채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데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의미다. 기업어음(CP) 금리는 5.3%마저 돌파하면서 2009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금융시장 경색은 금리·환율 상승에 은행채·한전채 발행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불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은은 유동성 공급을 경계하면서도 시장 안정을 위해 담보대상증권 확대,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대책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가 신용경색이 자칫 경기 부진으로 이어진다면 긴축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국제컨퍼런스 환영사에서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라며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동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데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은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말한 바 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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