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장은 업계 최고 성수기인 연말연시를 노리는 대작들이 가득하다. 이 와중에 12월 개막하는 ‘물랑루즈!’와 내년 1월 공연하는 ‘베토벤’ 등 초연되는 작품이 눈길을 모은다.
◇'물랑루즈!', 익숙한 팝송, 다채롭게 들린다=지난해 토니상 작품상·연출상 등 10관왕에 올랐던 미국 브로드웨이의 히트작 뮤지컬 ‘물랑루즈!’가 다음 달 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원작은 2001년작 동명의 영화지만, 이번 뮤지컬은 대형 풍차와 코끼리 세트를 포함한 화려한 무대연출과 다양한 노래를 매시업(mash-up·여러 곡을 조합해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일)한 음악이 이목을 끈다. ‘레이디 마말레이드’ ‘컴 왓 메이’ 등 원작의 오리지널 곡 외에도 오펜바흐, U2, 마돈나, 레이디가가, 아델 등 세계적 팝스타들의 히트곡들을 뒤섞어넣었다. 특히 1막의 마지막 넘버인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무려 20곡을 부분부분 쪼개서 한 곡으로 만들었다.
저스틴 르빈 음악감독은 지난 17일 종로구 블루레인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최초의 목표였다”며 “뮤지컬은 영화보다 음악이 훨씬 더 풍부하다. 영화가 나온 뒤 20년간 유행한 훌륭한 팝 음악들을 자유롭게 사용해 뮤지컬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대사로 처리된 장면들도 음악을 덧입었다.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과정을 노래하는 동안 키를 맞추는 것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매시업을 통해 다양한 멜로디를 붙일 수 있게 됨으로써 곡의 감정이나 스토리텔링의 확장성이 좋아졌다고 르빈은 말했다.
‘물랑루즈!’는 CJ ENM이 2017년부터 공동프로듀서로 제작투자에 참여한 덕분에 이번 아시아 첫 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힘들었던 만큼 결과물은 20년 업력상 가장 좋은 것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크리스티앙 역할의 홍광호·이충주, 사틴 역할의 아이비·김지우 등 국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맷 디카를로 한국 공연 협력연출가는 “세계적으로 많은 배우와 연출 작업을 해왔지만 한국 배우들만이 가진 매혹적 특징들이 있다”고 말했다.
◇'베토벤', 불멸의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내년 1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토벤’은 세계적 명성의 원로 거장인 미하엘 쿤체 극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 콤비의 다섯 번째 신작이다. 제작 기간만 7년이 걸렸고,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해 국내에서 세계 초연한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EMK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이야기를 뮤지컬에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쿤체 극작가는 “베토벤을 하나의 신화처럼 여기는 유럽의 제작자들이 시도하기엔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며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르베이 작곡가는 “그의 음악 속 정신을 전하는 게 중요했다. 단순한 음악의 차용이 아닌 동시대에 원곡을 연결해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을 비롯해 교향곡 5번·7번, ‘코리올란 서곡’ 등 베토벤의 명곡들을 재해석해 넘버를 만들었다. 선곡할 때는 뮤지컬에 맞는 선율로 옮길 수 있는지, 대본과도 맞는지가 중요했다. 르베이 작곡가는 “베토벤의 음악이 현대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며 “유치해지거나 키치해지지 않게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돌아봤다.
이 작품은 마음의 상처가 깊은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치유받고 위대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쿤체는 “베토벤은 자신의 모든 감정과 영혼을 음악 안에 깊이 쏟아 넣었다. 이러한 그의 음악 위에서 이야기를 만든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르베이는 “하늘 위의 베토벤도 미소 지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의 영혼과 감정이 그대로 담긴 음악을 통해, 외롭고 상처받은 한 영혼이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