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ICBM부대’ 처음 언급한 北, 기어코 核 실전배치 수순 밟나 [北, ICBM 발사]

◆“화성포 17형” 공식 확인

金, 지속적 시험발사 '으름장'까지

부대 실존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전방 전술핵·후방 전략핵 나눌 수도

北 기만전에 맞서 한미 공조 필요

국제사회 대북제재도 강화될 듯

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1발을 쏘아 올린 뒤 이튿날 공개한 ICBM '화성 17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1발을 쏘아 올린 뒤 이튿날 공개한 ICBM '화성 17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ICBM '화성 17형'이 이달 1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뒤 치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북한의 ICBM '화성 17형'이 이달 1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뒤 치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이달 18일 동해상으로 발사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탄종을 ‘화성 17형’으로 공식 확인했다. 특히 이 미사일을 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라는 부대명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김정은 정권이 기어코 한미일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대북 억제력 강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확대 역시 불가피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으로 1발을 발사한 ICBM과 관련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이어 “최대 정점 고도 6040.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를 4135초 동안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발사에 대해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고 자평하며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20일 주장했다.

북한의 ICBM '화성 17형'이 이달 1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뒤 상승하자 궤적을 따라 연기처럼 비행운이 하늘에 형성됐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북한의 ICBM '화성 17형'이 이달 1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뒤 상승하자 궤적을 따라 연기처럼 비행운이 하늘에 형성됐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화성 17형에 ‘포(砲)’자를 붙여 자칭 ‘화성포 17형’이라고 하는 것은 해당 무기의 편제 체계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혼선을 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또 미사일 부대를 ‘제2포병’으로 편제한 중국처럼 미사일을 포병 전력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북한의 특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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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에 발표한 제원은 3월 2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발을 쏘았던 ICBM과 흡사하다. 당시 우리 군은 해당 ICBM의 탐지 제원을 고도 약 6200㎞, 비행거리 약 1080㎞로 발표했다. 당시 발사한 ICBM도 화성 17형이었을 수 있다는 견해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한미의 다각적이고 정밀한 분석 결과 3월 24일의 ICBM은 각각 화성 15형이었으며 이번(11월 18일)에는 화성 17형을 쏜 것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의 분석이 맞더라도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비슷한 제원으로 발사해 혼선을 주려는 선전전·기만전을 시도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한미 당국이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기만전을 방관하면 한미의 정보 역량과 억제력에 대한 대중적 불신 여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한 가운데 한 인민군 병사가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고 있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한 가운데 한 인민군 병사가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고 있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 17형 시험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하여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다. 북한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핵미사일 배치를 이원화해 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방 군단(자칭 ‘전연군단’)에는 복수의 전술핵운용부대를 편제해 한일을 겨냥한 전술핵미사일을 배치하고 북중 접경 지역을 비롯한 후방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운용부대들을 주둔시켜 ICBM 등 전략핵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한 뒤 조선중앙TV가 20일 공개한 영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군 병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북한이 이달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한 뒤 조선중앙TV가 20일 공개한 영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군 병사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TV화면 캡처·연합뉴스


이 같은 핵운용부대의 실존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현존하는 북한군 조직 중 공식 확인된 핵미사일 전담 조직은 총참모부 예하의 군단급 조직인 ‘전략군’ 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를 조직했다면 전략군 아래 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이 ICBM을 이처럼 실전 배치해 일선 부대에서 운용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북한이 화성 17형 등과 관련해 ‘시험 발사’라고 언급할 정도로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북한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ICBM 등을 추가 시험 발사해 기술 완성을 노릴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병권 기자·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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