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4년 전 김여정과 만남, 의도적으로 피했다"

■펜스 美 전 부통령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

文 전 대통령, 평창올림픽서 주선

'정중한 방식의 강요'라고 판단해

사진 촬영 지각하고 만찬은 거절

DMZ 방문 땐 경호국 반대 만류

북한군 코앞서 무언 메시지 전달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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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반도 통일이었기 때문에 나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김영남 간 만남을 열망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연출(choreographed)로 인해 북한 인사들과 나는 헤드테이블에 같이 앉는 걸로 돼 있었습니다. 연회 시작에 앞서 그룹별 사진 촬영이 예정돼 있었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는 고의로 지각하고(intentionally late)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2월 8∼10일 방한했을 때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등과 마주치는 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펜스 전 부통령, 아베 전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이 환영사를 마칠 때까지 입장하지 않은 채 별도의 방에서 대기하며 따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에는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200여 명의 각국 고위 인사들과 함께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만남을 주선하려고 한 동기에 대해 펜스 전 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재통일(Korean reunification)’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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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에 열린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서 헤드테이블에 김여정·김영남과 펜스 부부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 이런 배치는 문 전 대통령이 계획한 것이라고 펜스는 밝혔다. 연회 시작에 앞서서 단체 사진 촬영이 이뤄졌으나 아베 전 총리와 펜스는 의도적으로 늦게 도착해 이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후에 문 전 대통령이 펜스와 아베를 행사장 안쪽으로 안내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펜스의 만남을 ‘정중한 방식으로 강요(politely force)’하려고 한다고 판단한 펜스는 리셉션에 온 각국 귀빈들과 악수를 해가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다가 만찬 테이블에는 앉지 않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펜스는 또 귀빈 박스석에 앉았을 때도 의도적으로 김여정을 피하고 무시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 뒤쪽 줄의 오른편에 김정은의 여동생(김여정)이 앉았다”며 “나는 그(김여정)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또 펜스는 2017년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때 비밀경호국(SS)의 반대에도 대북 메시지 차원에서 북한군이 훤히 보이는 군사분계선(MDL) 코앞까지 접근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린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남측 지역의 ‘자유의집’으로 걸어갔다”며 “비밀경호국이 원래 승인한 계획은 내가 그곳 방탄유리의 안전함 뒤에서 브리핑을 받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국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참모에게 말했고 처음에 비밀경호국은 격하게 반대했다”며 “중무장한 북한군이 시야에 있었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의 ‘전략적 인내’ 이후 북한의 주민에 대한 잔인함, 핵 야망과 도발의 시간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가기로 했고 북한이 내 얼굴을 보기를 원했다는 설명이다.

부친인 에드워드 펜스가 한국전 참전 용사인 까닭에 그의 한국과의 인연은 더욱 각별한데 회고록에도 이에 대한 사연을 담았다. 그는 그 전날 한국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차 속에서 건물과 버스 정류장 밖에 걸린 자신에 대한 환영 플래카드를 보고 기운이 났었다며 특히 ‘에드 펜스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문구를 보고 “눈물을 참아야 했다”고 회고한 것이다. 부친인 에드워드 펜스는 소위로 참전해 경기 연천 북쪽의 고지인 ‘포크촙힐 전투’에서 사투를 벌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브론즈 스타 메달(동성훈장)을 받았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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