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메이퇀





지난해 5월 중국의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 창업자인 왕싱 최고경영자(CEO)가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비판한 당나라 시인의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왕싱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얼마 뒤 이 회사는 반독점 위반 혐의로 수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고초를 겪었다.



1979년 중국 푸젠성 롱옌에서 태어난 왕싱은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칭화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우수한 성적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델라웨어대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SNS ‘프렌즈터’를 보고 창업을 꿈꾼다. 박사 학위까지 포기하고 귀국해 2004년 중국 최초의 SNS ‘둬둬유(多多友)’를 론칭했지만 시기상조였다. 1년 만에 사업을 접고 중국판 페이스북 ‘샤오네이왕’을 만들었지만 자금력이 달려 매각했다. 왕싱은 2010년 미국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을 벤치마킹해 메이퇀을 설립했다. 2013년 배달 음식 시장에 진출했고 2015년에는 식당 예약 및 후기 전문 업체인 다중뎬핑(大衆點評)과 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2017년 차량 호출 서비스에 이어 이듬해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내놓는 등 외연을 확장하면서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의 ‘원스톱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관련기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드라이브에 맞춰 최근 14개월 동안 중국 부자 49명이 총 13조 원을 기부했는데 왕싱이 징둥닷컴 창업자인 류창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2조 7000억 원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중국 당국이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는 가운데 IT 거물들이 대거 몸을 낮추며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시 주석의 1인 독재 체제 구축을 계기로 민간 경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저성장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정치가 시장을 옥죄면 기업은 활력을 잃고 경제는 망가지며 민생은 고달픈 법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목표로 내세운 ‘민간 주도 성장’이 가능하려면 기업들이 규제 사슬에서 벗어나 혁신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민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