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콜로라도 성소수자 클럽 총기난사 범인 검거…"혐오 범죄 여부 조사 중"

무차별 총격으로 5명 사망·25명 부상

용의자 22세 男…지난해 체포 전적

"희생자 수 늘어날 수 있어"

"성소수자들의 유일한 안전한 공간 망가졌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의 클럽Q 건물외관.로이터연합뉴스20일(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의 클럽Q 건물외관.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의 성 소수자 클럽에서 19일(현지 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가운데 용의자가 검거됐다고 CNN이 20일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인 22살 남성 앤더슨 리 올드리치는 전날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클럽 Q'에서 손님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해당 클럽은 성소수자들을 위한 나이트클럽으로, 당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매년 11월 20일, 성소수자 혐오 기반 폭력으로 사망한 이들을 기리고 존엄과 권리를 생각하는 국제적 기념일) 을 앞두고 추모 행사 및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올드리치가 밤 11시께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총기를 난사하며 5명 이상이 현장에서 숨졌고 부상자 25명 중 7명이 중태에 빠진 상태다. 현장에서는 장총 등 총기 2건이 발견됐다. CNN은 “용의자의 과거 이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도 폭탄 테러 협박 및 1급 납치 혐의로 체포된 바 있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현재 증오범죄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마이클 앨런 지방검사는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며 1급 살인 혐의를 포함해 증오범죄로 기소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전 클럽Q가 올린 파티 홍보 게시물.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19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전 클럽Q가 올린 파티 홍보 게시물.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클럽 Q는 “성 소수자를 겨냥한 무분별한 혐오 공격”고 규탄했으며 “용의자를 빠르게 제압해 혐오 공격을 멈춘 이들의 영웅적인 행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총격 사건 당시 클럽에 있던 손님 2명이 목숨을 걸고 올드리치와 맞서 싸웠고 그를 제압해 추가 사상자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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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의 동기가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성 소수자 사회는 최근 몇 년간 끔찍한 혐오 폭력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는 혐오를 묵인할 수 없고,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또 미국의 한 공동체가 총기 폭력으로 갈가리 찢어졌다"며 "공격용 총기 금지법을 도입해 미국의 거리에서 전쟁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자이기도 한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도 성명을 내고 "끔찍하고 역겹고 충격적인 사건이자 무분별한 악행"이라며 "콜로라도는 성 소수자 공동체와 함께한다"고 애도했다.

20일(현지 시간) 추모객들은 총격이 발생한 클럽 인근에 임시 추모비를 세우고 성 소수자 공동체를 뜻하는 무지개색의 하트 조형물과 '증오보다는 사랑'이라는 표지판 등을 만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로이터연합뉴스20일(현지 시간) 추모객들은 총격이 발생한 클럽 인근에 임시 추모비를 세우고 성 소수자 공동체를 뜻하는 무지개색의 하트 조형물과 '증오보다는 사랑'이라는 표지판 등을 만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로이터연합뉴스


2002년에 처음 문을 연 클럽 Q는 도시 내 유일한 LGBTQ+ 공동체 두 곳 가운데 하나였다. CNN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보수적 기독교 단체 ‘포커스온더패밀리(Focus on the Family)’의 본부가 위치해 있다”며 성소수자들을 위한 다른 공간들이 점차 문을 닫는 동안 클럽Q가 ’최후의 보루’이자 ‘외부 사회에서 거부 당한 이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격은 2016년 플로리다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 총격사건(49명 사망, 53명 부상)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성 소수자 공격 사건이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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