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20대기업 원자재값 부담 103조 폭증…자금경색·공급망 '이중고'

올 3분기까지 393조…1년새 36% ↑

우크라 사태에 네온 가격 천정부지

삼성전자 35%·SK하이닉스 60%↑

LG전자, 구리값 등 뛰며 11조 급증

경기위축에 매출 감소·재고 증가 속

고물가·고금리로 생산비 압박 가중

반도체 웨이퍼. 사진=연합뉴스반도체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올 1~3분기 국내 매출 상위 제조 기업 20곳의 원자재 매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공급망 경쟁 등으로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의 수익도 그만큼 악화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와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자금 경색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값 부담까지 늘자 올 4분기와 내년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1일 서울경제가 지난해 연 매출 상위 20개 제조 기업(지주·금융·공기업 제외)의 3분기 보고서(연결재무제표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이들의 원재료 매입액 합계는 393조 8607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0조 308억 원보다 103조 8299억 원(35.79%)이나 늘어난 수치다. 집계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005930)(삼성디스플레이·하만 포함), LG전자(066570)(LG이노텍 포함), 기아(000270), SK온, SK하이닉스, LG화학(051910)(LG에너지솔루션 포함),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HD현대, SK에너지, CJ제일제당, 현대제철, 롯데케미칼(011170), 현대건설, 한국조선해양, 삼성SDI(006400), 두산에너빌리티, 고려아연, 삼성전기 등이다.

업체별로는 삼성전기·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18개 제조 업체들의 원재료 매입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전 업종에 걸쳐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양강 기업의 원자재 매입액이 다른 업종보다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1~3분기 원자재 매입액은 지난해 10조 6395억 원에서 올해 14조 4403억 원으로 35.62%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원자재 매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8% 오른 10조 9934억 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네온 수급이 어려워진 게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큰 충격을 줬다.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 라인 일부가 파괴되면서 네온 가격은 올해 내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9~10월 1톤당 네온 수입 가격은 지난해 6만 6200달러에서 올해 114만 7500달러로 17배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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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겪는 가전 업계에도 수익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LG전자는 올 들어 3분기 말까지 원자재를 33조 60억 원어치나 구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조 8892억 원)보다 50.78%나 많은 수준이다. LG전자 측은 “올 3분기 철강 가격은 지난해 대비 23.1% 상승했고 구리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3% 올랐다”며 “가전에 탑재되는 반도체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35.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는 올해 1~3분기 원자재 매입액으로 61조 9303억 원, 49조 1597억 원을 각각 지출했다. 전년 동기보다 37.67%, 21.76%씩 증가한 액수다. 올 3분기 들어서도 철광석·구리·플라스틱 등 핵심 원자재의 가격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결과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3분기 경영 실적 발표회에서 “‘6대 원자재 관리 항목’을 집중 관리하는 ‘원자재 협의체’를 회사 내에 신설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2차전지·석유화학 업계도 원유 가격 상승과 배터리용 소재 가격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2차전지 제조 기업인 삼성SDI·SK온은 지난해 1~3분기보다 51.7%, 100.93% 많은 2조 6100억 원, 8조 4624억 원의 원자재 매입액을 기록했다. SK온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3분기 평균 가격이 1㎏당 6만 78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56배나 올랐다고 밝혔다. LG화학·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료로 삼는 나프타 수입 가격도 전년보다 34%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한 기업 부담이 대체로 올 4분기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들어 경기 둔화, 금리 상승 현상도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공급과 수요 가운데 어느 부문의 영향력이 더 큰가에 따라 원자재 값의 등락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581.5위안(11만 60원)이었던 리튬(탄산리튬 99% 기준) 1㎏당 가격은 하루 만인 15일 578.5위안(10만 9492만 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달 17일에는 576.5위안(10만 9132원)까지 내려왔다. 철강 분야에서는 건축 자재로 쓰이는 철스크랩의 경우 18일 1톤당 도매가가 4일보다 14% 하락한 47만 원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올 하반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생산 비용 압박과 국내외 경기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재고 증가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박호현 기자·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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