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최대 8000억 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IF는 최근 GIC와 함께 카카오엔터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카카오엔터는 신규 인수합병(M&A) 등을 목적으로 1조 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H&Q코리아가 1000억~2000억 원 수준의 투자를 검토 중이고 나머지 7000억~8000억 원가량을 PIF와 GIC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2분기 기준 자회사가 63개인 카카오엔터는 상반기 매출 893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9.7% 성장하는 등 외형 확대에 성공했지만 시장 침체와 모회사 카카오의 분할 상장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 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장설 초기 20조 원으로 예측되던 기업가치는 10조 원 내외로 줄어들었다.
카카오엔터의 기존 주주로 2021년 말 기준 3.78%의 지분을 보유 중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의 주요 출자자가 GIC라는 점도 주목된다. 기업가치가 5000억 원이던 2016년 1200억 원을 투자했던 앵커PE의 장부상 지분가치가 투자에 성공한다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1조 원의 투자 유치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이 올해 말 종료된다. 카카오엔터는 SM이 추진하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 ‘광야’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공연 시설 운영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SM은 올 8월 사우디와 메타버스 관련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투자 시점이 연말이나 내년 초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과 타이밍이 맞물린다.
사우디는 이 외에도 K콘텐츠 업계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넥슨·엔씨소프트에 3조 원을 투자했다. 엔씨소프트 지분 9.26%가 PIF 소유로 2대 주주고,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주식 7.09% 소유해 4대 주주에 올라 있다. CJ ENM과는 6월에 문화 협력 협약을 맺었다.
카카오엔터의 한 관계자는 “투자 유치 관련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투자처, 투자 요건, 금액 등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