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10만 대를 다시 넘어섰다. 현대차(005380)가 선보인 경형 SUV ‘캐스퍼’가 인기를 끌자 기존의 경차도 사양을 개선하며 상품성 경쟁을 벌인 점이 소비자의 선택을 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경차는10만 8807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9만 6482대에 그쳤는데 올해에는 불과 10개월 만에 10만 대를 넘어섰다. 현 추세를 유지하면 연말까지 최종 집계될 경차 판매량은 12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차 시장이 10만 대 선을 회복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경차 판매량이 호조로 돌아선 배경엔 지난해 9월 출시된 현대차 캐스퍼가 자리잡고 있다. 캐스퍼는 ‘풀 폴딩 시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경차에 처음 적용된 사양으로 무장해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얻었다. 올해 들어서도 인기를 유지한 캐스퍼는 지난달까지 3만 8920대가 팔리며 국내 경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캐스퍼 판매가 늘면서 경쟁 모델인 기아(000270) 레이의 판매량도 끌어 올렸다. 올해 1~10월 레이 내수 판매량은 3만 6159대로 지난해 대비 20%나 증가했다. 캐스퍼가 레이를 비롯한 기존 경차의 수요를 가져올 순 있어도 전체 경차 시장 규모를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캐스퍼의 등장에 레이, 모닝 등이 각종 사양을 개선하며 치열한 상품성 경쟁 벌인 점이 경차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캐스퍼가 일종의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아는 9월 레이의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기아 레이’를 출시하며 차로 유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사양과 운전석 통풍시트 등 편의사양을 신규 적용했다. 이달에는 강인한 디자인 요소를 더한 최상위급 모델 ‘그래비티’를 제품군에 추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쟁 모델인 기아 모닝 역시 연식 변경을 거치며 디자인과 트림별 상품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유가와 금리가 치솟는 상황도 경차의 인기에 힘을 보탰다.
다만 향후 경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경기 침체로 당분간 경차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 수순에 들어갔고 캐스퍼의 신차 효과가 줄어들면 다시 시장이 축소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