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미술 다시 보기]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신상철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동방에 대한 서구인의 환상과 동경






1814년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제작한 그랑 오달리스크는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에서 유행한 동방 취향의 회화 양식, 오리엔탈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오달리스크는 튀르키예어로 술탄의 하렘에 종사하는 여성을 뜻하는 오달릭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 그림은 본래 나폴레옹의 여동생인 카롤린 뮈라의 주문을 받아 제작됐다. 그러나 나폴레옹 제국의 몰락으로 주문자로부터 작품 대금을 받지 못한 앵그르는 1819년 파리 살롱전에 이 그림을 출품했다. 관람자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누워 있는 여성 누드에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신구들이 가미된 이 작품은 당시 살롱전에서 큰 논쟁의 대상이 됐다.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나른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하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고전주의 미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그림 속 여성의 신체는 매우 부정확하게 묘사돼 있다. 길게 늘어진 허리와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의 각도 그리고 발목에 닿아 있는 왼팔 등 취하고 있는 자세는 정상적인 인간의 신체로는 구현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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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앵그르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오달리스크의 관능성이다.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 실패한 후 상실감에 빠져 있던 프랑스인들의 욕망과 환상을 채워주고자 했다. 따라서 왜곡된 형태로 묘사된 이 여성의 자세는 동방 세계의 수동성을 상징한다. 하렘의 여성처럼 동방은 이 그림 속에서 소유와 정복의 대상으로 묘사돼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을 권력의 산물로 규정했다.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있는 동방은 실체가 없는 담론적 구성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오리엔탈리즘 회화가 선입견에 의해 생성된 허구의 이미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내면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심과 낯선 곳에서 현실을 대체하는 대안의 세계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돼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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