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24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용산소방서 이모 현장지휘팀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수본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특수본 조사실이 설치된 서울경찰청 마포수사청사에 출석한다. 그는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 참관한 후 오후부터 조사를 받을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부장은 특수본 출범 이후 입건된 경찰관 직급 중 최고위급 인사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 삭제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 전 부장은 참사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해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박 전 부장이 일반적인 규정 준수가 아닌 핼러윈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소방서 이모 현장지휘팀장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마포청사로 소환 조사한다. 특수본은 인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이후 45분이 지난 참사 당일 밤 11시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특수본은 지휘팀장이 출동 후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시간"이라며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오후 11시 정도"라고 했다. 특수본이 지휘팀장의 업무가 부적절했다는 근거로 든 것은 사고 당일 소방 무전기록이다. 이 팀장은 참사 당시 오후 11시 "현재 빠른 속도로 후면에서부터 넘어진 행인을 일으켜 세워 안전한 장소로 유도하고 있으니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용산소방서가 핼러윈을 앞두고 작성한 '2022년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 문건을 토대로 안전근무조가 지정된 근무 위치를 지키지 않은 사실과 참사의 인과 관계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안전근무조의 근무 장소가 해밀톤호텔 앞으로 돼있다. 순찰조는 이태원역부터 녹사평역 또는 앤틱가구거리 일대의 비상용 소방함 5개소를 중심으로 편성됐다. 특수본은 순찰근무와 안전근무가 명확히 구분된다고 본다. 안전근무는 순찰과 달리 지정된 시간 동안 근무장소를 지켰어야 한다는 논리다. 소방당국은 특수본의 수사 방향에 크게 반박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심정지 후 골든타임은 4~5분인 만큼 특수본의 오후 11시 판단은 이해가 안 된다”며 “통상 대규모 행사를 대비해 안전근무를 설 때도 유동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반발했다.
한편 특수본은 전날 참사 전후 부실대응과 관련해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 경정, 용산구 유승재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박 전 부장과 용산서 정보과 직원 2명 등도 각각 증거인멸 및 교사,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