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에 텃밭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주말농장’이라고 하는 주말을 이용한 농업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바로 도시농업관리사다.
올해로 도시농업관리사 9년 차인 오영기 씨는 이 직업을 ‘작물 재배부터 수확까지 함께 하는 멘토’로 소개했다. 그가 현재 일하고 있는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는 그와 같은 도시농업관리사가 5명 더 있다. 그들 모두 중장년으로 퇴직 후 이 길에 들어서 인생 두 번째 삶을 펼쳐 나가고 있다.
도시농업관리사가 되려면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을 이수 후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오 씨는 이 직업의 매력으로 “치유”를 들었다. 인생 1막에 직장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나 압박, 은퇴 후 많아지는 생각 등을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농사를 짓다 보면 치유된다는 것이다. 인생 2막 초보 도시농부들의 멘토로 살아가고 있능 오영기 씨를 만나 도시농업관리사에 대해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매일 집을 나가는 남자’ 오영기다(웃음).”
- ‘매일 집을 나가는 남자’라니 무슨 뜻인가.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지 못하거나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는 중장년이 많다.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매일 집을 나서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 거다.”
- 매일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으로 출근한다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만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달라.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으로 출근한다. 북한산이 훤히 보이는 이곳의 정식명칭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이다. 농업체험원이 되기 전에는 갈현공원이었다. 그러다 7년 전 지금의 농업체험원으로 탈바꿈했다.”
- 공원이었던 이곳을 농업체험원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같다.
“2012년은 도시농업의 원년이라 불릴 정도로 도시농업이 붐이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서울시가 이곳을 도시농업체험원으로 개발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이용하나.
“예전에 공원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텃밭을 분양받은 서울시민들이 텃밭을 가꾸기 위해 매주 이곳을 찾는다.”
- 이곳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기에 분양 텃밭 210두락이 있다. 나는 도시농업관리사로서, 그 두락들을 관리해주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농사의 기초뿐 아니라 작물을 심을 때부터 재배, 수확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며 멘토링해준다.”
- 혼자서 210두락을 다 관리하는 건가.
“아니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만 저포함 6명의 도시농업관리사가 있다. 그분들과 함께 멘토링 중이다.”
- 원래 농업관련 일을 했었나.
“퇴직 전 농협에서 일을 했었으니, 농업관련 일을 했다고 봐도 된다(웃음).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한 것은 퇴직 후다.”
- 도시농업관리를 배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에 퇴직 후 몇 년은 그냥 쉬었다. 그러다 2013년에 우연히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전문가양성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봤다. 정말 ‘이거나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다행히 됐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양성 교육 후 도시농업관리사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없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양성 교육이 끝나고 기수 회장을 맡았던 게 큰 계기가 된듯하다. 회장을 맡으니 강의가 주어지더라. 처음 하게 됐을 때는 못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근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게 쌓이다 보니까 능숙해지고, 찾아주고 불러주는 곳도 많아지더라. 그러면서 도시농업관리사로 자리를 잡게 된듯하다.”
- 양성교육 후 자격증 취득은 언제 했나.
“내가 2013년에 도시농업전문가양성교육을 받을 때는 도시농업관리사라는 자격증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교육 후 자격증 없이 바로 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다 2017년 즈음 자격증이 생겨 바로 취득했다.”
- 찾아보니 관련 자격증이 많던데, 도시농업관리사가 되려면 자격증 하나만 취득하면 되나.
“먼저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도시농업법에 있는 양성교육을 8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그리고 유기농업기사, 조경기사나 기능사, 화훼기능사 등 9가지 관련 국가자격증 중 하나를 취득하면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도 함께 준다. 나는 2013년에 양성교육 수료 후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유기농업기능사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뒀다. 그 덕분에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었다.”
- 9년 차 도시농업관리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
“이 일은 그야말로 ‘건강지키미’다. 저 앞을 봐라(북한산이 훤히 보인다). 도시농업관리사는 현장에서 주로 일을 해서 힐링이 된다. 그래서 이 이 일을 하면 ‘돈을 번다’라고 표현한다. 월급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생활하니 힐링이 되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다보니 병원에 갈 일이 없어 병원비가 안든다. 그게 돈을 버는게 아니고 뭔가(웃음).”
- 이 일의 어려움은 없나.
“딱 한 가지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말이 오가면서 가끔 오해가 생길 때가 있더라. 그럼 항의가 들어온다. 그럴 때 나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다 보니 속상할 때가 있다. 그런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곳 도시관리농업사들과 화요일마다 만나 회의를 하고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
- 도시농업관리사는 어떤 분들에게 잘 맞는 직업인가.
“내가 생각할 때 평소 문제가 없는 분들은 어떤 일이든 다 잘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데다 생각이 많은 분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농사를 짓다 보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일도 모색이 가능하다.”
- 이 일도 정년이 있나.
“정년이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하면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 중에는 80대도 있다. 그렇다보니 여기서 일하는 분 중에 정년을 걱정하거나 나이를 따지는 사람이 없다.”
- 그렇다면 언제까지 도시농업관리사로 일하고 싶은가.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 다만, 도시농업관리사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내가 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식생활개선법이나 농업법, 치유농업법 등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 따라서 앞으로는 법 제정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고, 지금부터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