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생 2막 자연과 어우러져 치유받으며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정년 걱정도 없어”

■[신중년 신직업 탐색 2편] 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전문가양성교육 통해 농업의 길들어서

인생 2막 농업전문가 되고 싶어 관련 자격증 취득

현재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도시농업관리사로 활동

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사진=정혜선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사진=정혜선




도시 근교에 텃밭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주말농장’이라고 하는 주말을 이용한 농업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장년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바로 도시농업관리사다.



올해로 도시농업관리사 9년 차인 오영기 씨는 이 직업을 ‘작물 재배부터 수확까지 함께 하는 멘토’로 소개했다. 그가 현재 일하고 있는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는 그와 같은 도시농업관리사가 5명 더 있다. 그들 모두 중장년으로 퇴직 후 이 길에 들어서 인생 두 번째 삶을 펼쳐 나가고 있다.

도시농업관리사가 되려면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을 이수 후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오 씨는 이 직업의 매력으로 “치유”를 들었다. 인생 1막에 직장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나 압박, 은퇴 후 많아지는 생각 등을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농사를 짓다 보면 치유된다는 것이다. 인생 2막 초보 도시농부들의 멘토로 살아가고 있능 오영기 씨를 만나 도시농업관리사에 대해 들어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매일 집을 나가는 남자’ 오영기다(웃음).”

- ‘매일 집을 나가는 남자’라니 무슨 뜻인가.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지 못하거나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는 중장년이 많다.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매일 집을 나서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 거다.”

- 매일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으로 출근한다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만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달라.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으로 출근한다. 북한산이 훤히 보이는 이곳의 정식명칭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이다. 농업체험원이 되기 전에는 갈현공원이었다. 그러다 7년 전 지금의 농업체험원으로 탈바꿈했다.”

- 공원이었던 이곳을 농업체험원으로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같다.

“2012년은 도시농업의 원년이라 불릴 정도로 도시농업이 붐이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 서울시가 이곳을 도시농업체험원으로 개발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이용하나.

“예전에 공원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텃밭을 분양받은 서울시민들이 텃밭을 가꾸기 위해 매주 이곳을 찾는다.”

- 이곳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기에 분양 텃밭 210두락이 있다. 나는 도시농업관리사로서, 그 두락들을 관리해주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농사의 기초뿐 아니라 작물을 심을 때부터 재배, 수확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며 멘토링해준다.”

- 혼자서 210두락을 다 관리하는 건가.

“아니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만 저포함 6명의 도시농업관리사가 있다. 그분들과 함께 멘토링 중이다.”

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사진=정혜선오영기 도시농업관리사/사진=정혜선



- 원래 농업관련 일을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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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 농협에서 일을 했었으니, 농업관련 일을 했다고 봐도 된다(웃음).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한 것은 퇴직 후다.”

- 도시농업관리를 배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에 퇴직 후 몇 년은 그냥 쉬었다. 그러다 2013년에 우연히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전문가양성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봤다. 정말 ‘이거나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다행히 됐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양성 교육 후 도시농업관리사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없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양성 교육이 끝나고 기수 회장을 맡았던 게 큰 계기가 된듯하다. 회장을 맡으니 강의가 주어지더라. 처음 하게 됐을 때는 못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근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게 쌓이다 보니까 능숙해지고, 찾아주고 불러주는 곳도 많아지더라. 그러면서 도시농업관리사로 자리를 잡게 된듯하다.”

- 양성교육 후 자격증 취득은 언제 했나.

“내가 2013년에 도시농업전문가양성교육을 받을 때는 도시농업관리사라는 자격증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교육 후 자격증 없이 바로 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다 2017년 즈음 자격증이 생겨 바로 취득했다.”

- 찾아보니 관련 자격증이 많던데, 도시농업관리사가 되려면 자격증 하나만 취득하면 되나.

“먼저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도시농업법에 있는 양성교육을 8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그리고 유기농업기사, 조경기사나 기능사, 화훼기능사 등 9가지 관련 국가자격증 중 하나를 취득하면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도 함께 준다. 나는 2013년에 양성교육 수료 후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유기농업기능사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뒀다. 그 덕분에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었다.”

- 9년 차 도시농업관리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

“이 일은 그야말로 ‘건강지키미’다. 저 앞을 봐라(북한산이 훤히 보인다). 도시농업관리사는 현장에서 주로 일을 해서 힐링이 된다. 그래서 이 이 일을 하면 ‘돈을 번다’라고 표현한다. 월급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생활하니 힐링이 되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다보니 병원에 갈 일이 없어 병원비가 안든다. 그게 돈을 버는게 아니고 뭔가(웃음).”

- 이 일의 어려움은 없나.

“딱 한 가지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말이 오가면서 가끔 오해가 생길 때가 있더라. 그럼 항의가 들어온다. 그럴 때 나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다 보니 속상할 때가 있다. 그런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곳 도시관리농업사들과 화요일마다 만나 회의를 하고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

- 도시농업관리사는 어떤 분들에게 잘 맞는 직업인가.

“내가 생각할 때 평소 문제가 없는 분들은 어떤 일이든 다 잘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데다 생각이 많은 분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농사를 짓다 보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일도 모색이 가능하다.”

- 이 일도 정년이 있나.

“정년이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하면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 중에는 80대도 있다. 그렇다보니 여기서 일하는 분 중에 정년을 걱정하거나 나이를 따지는 사람이 없다.”

- 그렇다면 언제까지 도시농업관리사로 일하고 싶은가.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 다만, 도시농업관리사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내가 9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식생활개선법이나 농업법, 치유농업법 등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데 활용하고 싶다. 따라서 앞으로는 법 제정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고, 지금부터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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