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FTX 파산에 '고팍스', 36억 지급연기…국내 투자자 '불똥'

■ 국내로 번지는 'FTX 불똥'

고파이 운용사 美 제네시스캐피털

유동성 부족 위기에 상환 연기 통보

장기화땐 지연액 320억까지 늘수도





세계 3대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가 국내 거래소에까지 미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가 제공한 코인 예치 서비스 운용사의 거액의 자금이 FTX에 묶이면서 투자 고객에 돌려줘야 할 원리금 지급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사태의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23일 “고파이 상품 128·131·133·135차가 제네시스캐피털의 상환 잠정 중단으로 지급이 지연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지난달 16일 고파이 자유형 상품 출금 지연에 이어 고정형 상품까지 지급 연기 결정을 내린 셈이다. 고파이는 고객이 암호화폐를 맡기고 예치 기간과 정해진 이율에 따라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은행의 정기예금과 같은 성격의 상품이다. 예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고정형 상품과 언제든지 암호화폐를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으로 구분된다.



고팍스가 지급 연기를 공시한 4개 상품의 총원리금은 46억 원(22일 종가 기준)이 훌쩍 넘는다. 24일 상환해야 하는 131차 ‘BTC 고정 31일’ 상품의 경우 원리금은 24억여 원이며 25일 상환 예정인 128차 ‘USDC 고정 60일’ 상품 원리금은 12억 원 정도다. 이달에만 36억 원이 넘는 상품의 원리금 지급이 지연되는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돼 내년 초 도래하는 고정형 상품 2개(ETH 고정 151일·BTC 고정 183일)를 포함하면 지급 지연 금액은 320억여 원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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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팍스의 고파이 서비스 상환 지연 결정은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케피털의 유동성 부족 때문이다. 제네시스캐피털은 지난주 FTX가 유동성 부족으로 출금을 중단하면서 1억 7500만 달러(약 236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동결됐다. 고객 인출 자금이 제네시스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 규모를 넘어서면서 출금과 신규 대출 서비스를 중단했고 고파이의 운용을 제네시스캐피털에 맡긴 고팍스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제네시스캐피털은 고팍스 측에 ‘상환할 수 없다’는 메시지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팍스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캐피털 측이 상환 거부가 아니라 연기를 통보한 만큼 상황이 해결되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네시스캐피털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제네시스캐피털이 대출해준 암호화폐는 28억 달러 정도로 업계에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2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동성 리스크 해소를 위해 자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제네시스캐피털이 자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고팍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팍스 역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팍스는 23일 공지를 통해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과 유동성 공급을 위한 협력 방안의 일환으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가 결정될 때까지 6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고팍스는 예상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고팍스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고파이도 정상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팍스 역시 제네시스캐피털 유동성 위기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가운데서도 암호화폐거래소가 FTX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고팍스의 경우처럼 뜻하지 않게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델리오·업라이즈·샌드뱅크 등이 고파이와 같이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팍스를 제외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예치 서비스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FTX 파산과 관련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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