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예치상품 ‘고파이’의 원금 및 이자 지급이 결국 지연됐다. FTX 파산 여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까지 영향권에 든 가운데, 고팍스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 투자 유치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전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잠정 상환 중단으로 인해 고파이 상품의 지급이 지연될 예정”이라며 “고객 자산의 온전한 상환을 위해 제네시스 및 디지털커런시그룹(DCG)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기업이다.
고팍스가 지급 불능에 빠진 건 최근 FTX 파산 여파로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환매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고객이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맡기면 이를 제네시스 트레이딩을 통해 운용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고파이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협력 관계에 있는 고팍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권에 들었다.
현재 고팍스가 제때 지급하지 못 하고 있는 ‘고정형 상품’의 고객 자금만 24일 오후 시세 기준 48억 원에 달한다. 상품 별로 △128차 87만 7962 USDC(약 11억 6330만 원) △131차 113비트코인(약 25억 9010만 원) △133차 545이더리움(약 9억 원) △135차 10만 9223폴리곤(약 1억 3019만 원) 등이다.
여기에 ‘자유형 상품’까지 합하면 발이 묶인 고객 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팍스는 제네시스 트레이딩과의 계약 사항으로 인해 자유형 상품의 모집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현재 유동성 확보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3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 계좌에1억 7500만 달러(약 2320억 원)의 자금이 묶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측은 “당장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파산 신청 없이도 합의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자금 조달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며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네시스가 서비스 재개에 나서지 않는 이상 고팍스 자체적으로 고객 자금을 상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팍스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92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5800만 원이었을 때 기준이므로, 현재 비트코인이 22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팍스의 보유 가상자산도 큰 폭으로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팍스가 고객 자금 상환을 위해 외부 투자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제네시스가 파산에 이를 경우를 대비해 고팍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고팍스는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협력 방안의 일환으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며 “6주 내에 고파이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고팍스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고팍스 역시 실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디센터는 최근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디센터 기사 참조: [단독]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하나···이준행 "정해진 것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