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4억명 봉쇄에…"자유없고 가난만 있다" 공개비판

■ 中 코로나로 4억명 이동제한…사회 불안 고조

신규 감염 3만명 넘어 또 최대

정밀방역 열흘도 안돼 재봉쇄

일상 파괴에 주민들 불만 폭발

광저우에선 극단적 선택까지

병상 부족 대비 광저우에 이어

베이징 업무지구에 '팡창' 설치

習 3기 시작부터 험난한 시험대

한 배달원이 25일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 밖에서 격리된 주민들에게 배달하려는 물건들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한 배달원이 25일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 밖에서 격리된 주민들에게 배달하려는 물건들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




중국 광저우에 이어 수도 베이징에도 대규모 코로나19 임시 격리시설이 등장하는 등 중국의 방역 수위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상황으로 돌아간 듯이 삼엄해졌다. 4억 명 넘는 중국인들의 발을 묶어놓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일상이 파괴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곳곳에서 시위·탈출 등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점차 고조되는 사회 불안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2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3만 1987명으로 전날의 최고치를 넘어섰다. 전체 감염자 수는 3만 2695명이지만 무증상에서 유증상으로 재분류된 중복 인원 708명을 제외한 수치다. 광둥성(7979명)과 충칭시(6378명)는 전일 대비 감염자가 소폭 줄었지만 허베이성은 2432명 급증한 3374명, 베이징과 쓰촨성도 각각 232명, 21명 늘어나 1854명, 1295명에 달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산시성·간쑤성 등도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한다. 전날부터 공공시설과 실내 영업시설 폐쇄 등 도심 지역의 이동을 제한한 랴오닝성 선양은 하루 만에 확진자가 90%나 폭증한 187명으로 집계됐다.

사진 설명사진 설명



감염에 따른 격리 대상이 급증하자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병상 부족에 대비해 도심 한복판에 임시 격리시설인 ‘팡창(方艙)’을 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번화가 한복판인 중앙업무지구(CBD)에 최근 팡창이 등장했다며 “현장 관계자는 이곳이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확진자를 수용하는 임시 격리시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시 외곽의 국립컨벤션센터도 격리시설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광저우시도 최근 24만 6400병상 규모의 임시 병원과 격리시설을 만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중국은 최근 기존의 방역 정책을 정밀 방역으로 전환하는 조치들을 발표하며 격리 기준을 크게 완화했지만 발표 후 열흘도 안 돼 방역 수위를 이전으로 돌려놓았다. 베이징에서는 옆동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사흘 연속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외출이 금지되는 임시 봉쇄가 진행되고 있다. 노무라의 추산에 따르면 도시 봉쇄와 이동제한 대상자는 21일 기준 49개 도시에서 4억 1200만 명에 달해 불과 2주 전에 비해 1억 명이 늘었다.

자유를 억압하는 방역 정책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허난성 정저우시에서는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기지인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방역 요원 간에 격렬한 몸싸움과 폭행이 벌어졌고 신규 감염이 집중된 광저우시 하이주구에서는 이달 23일 봉쇄 지역 주민들이 방역 검문소를 뚫고 당국이 세운 철조망과 콘크리트 벽을 넘어 탈출하기도 했다. 광저우에서는 장기간 봉쇄와 격리에 지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한 중국인 남성이 방역요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국의 방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한 남성은 봉쇄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는 채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주장하며 방역요원들에게 “앞잡이들(走狗)”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세계에는 오직 한 가지 병(病)만 있다. 자유가 없는 것과 가난인데, 우리(중국인)는 지금 이를 다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지적이 빗발치지만 당국은 ‘철통 방역’을 이어갈 방침이다. 광저우 공안국은 방역 통제 지역을 허가 없이 벗어난 주민들을 법에 따라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광저우 봉쇄는 27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와 충돌, 당국 정책에 대한 공개 비판과 규정 위반 행위가 속출하는 것은 장기화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인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생 악화와 자유 억제, 침체되는 경기로 정부를 향한 불만이 쌓이면서 이제 막 출범한 시진핑 3기 정권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