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물량 선적 못해 입찰 자격 박탈 위기…물류비 증가 등 '일파만파'

[화물연대 총파업…피해 잇따르는 산업계]

납품 지연에 위약금 발생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계약한 물량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입찰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회사가 있는가 하면 컨테이너 반출일이 지나 지체료 등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된 둔촌주공 건설 현장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공급이 막혀 골조 공사가 다시 중단되는 악재가 발생했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협회 산하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는 총 19개 화주사로부터 애로 사항 32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 보면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과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이 16건(50%)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 증가’가 10건(31%)으로 뒤를 이었다. ‘원·부자재 반입 차질로 생산이 중단’된 경우는 6건(1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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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냉동 수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A 사는 앞으로 1년간 수산물 입찰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아세안(ASEAN) 및 한·베트남 협정에 따라 관세율할당제도(TRQ)를 적용해 낮은 관세로 수산물을 낙찰받았지만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수입 절차가 늦어져 다음달 말까지 정해진 물량을 선적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행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향후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거래처 공급 지연으로 인한 페널티까지 부과된다. 생활용품을 수출하는 B 업체도 각종 비용을 떠안게 생겼다. 인천 터미널 컨테이너를 통해 물품을 내보내야 하는데 반출일 경과로 지체료·체선료·보관료 등 물류비용이 하루 단위로 계속해서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출품 운송과 선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처와의 계약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입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피해 확산도 뚜렷해지고 있다. 파업 둘째 날을 맞아 비조합원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까지 운전대를 놓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년 성수기인 이 시기에 하루 시멘트 출하량은 약 18만~20만 톤에 이른다”며 “1톤당 약 10만 원 수준인 시멘트 가격으로 단순 계산하면 출하 제한으로만 하루 20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멘트 유통이 중단되면서 대규모 건설 현장 등 관련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장의 골조 공사는 이날 멈췄다. 다음 달 초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해당 현장은 공사비 증액 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문제로 6개월간 멈췄다가 지난달 17일 재착공했지만 한 달여 만에 다시 현장이 멈추게 됐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골조 공사를 중단한 상태이며 배선이나 창호 등 대체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현장도 일부 동 최상층부에 대한 골조 공사가 이번 일로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 파업의 여파가 곳곳에 미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은 화물연대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군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현장의 시멘트 수급에 지연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공정 만회가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파업이 길어진다면 공사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전희윤 기자·이수민 기자·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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