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처음 회동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639조 원의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다만 야당 지도부는 빠져 협치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과 첫 회동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맞는 첫 내국인 손님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17일 관저로 이사한 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초청했다.
만찬에는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양금희 수석대변인, 김미애·장동혁 원내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 참모들이 배석했다. 관저 행사인 만큼 김건희 여사도 참석해 여당 지도부를 맞았다.
이번 회동은 여당 비대위가 구성된 뒤 첫 만찬으로 사실상 상견례 자리다. 윤 대통령은 6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고 9월에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10월에는 국민의힘 지도부 및 원외당협위원장과 오찬을 했다.
첫 만찬 자리라고 하지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6개월간 세 번째 여당 지도부를 맞이하는 셈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여러 국정 현안과 순방 등 많은 일정으로 인해 당의 중진들을 만나지 못한 만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대위로 전환한 지도부와 최근의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입법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한미·한미일·한중정상회담도 소화했다. 순방 이후 사우디와는 26개 프로젝트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스페인·네덜란드와도 반도체·원전·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성과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조력을 당부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는 자료와 증인 채택을 위한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청문회와 현장 조사 등을 한다.
국정조사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내년 국정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 처리를 재차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지도부도 부르는 여야 대표 회동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만 진행하면서 야당과의 만남은 순연됐다. 야권에서 일부 의원이 정권 퇴진 집회에 참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인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조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