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단독] NC, 엔터 사업 손 뗀다…'유니버스' 매각 추진

2년 만에 관련 사업 철수

점유율 확대 어렵단 판단

대외 여건·인건비도 작용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진출했던 엔씨소프트(036570)(NC)가 2년 만에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다.



29일 정보기술(IT)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NC는 자사의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유니버스는 김택진 NC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NC 수석부사장이 총괄해왔다. 이번 사업 철수 역시 김 부사장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니버스의 시장가치는 10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국내 대표 게임 업체인 NC가 유니버스 매각에 나선 것은 전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하이브(위버스), SM(버블)이 팬 플랫폼 시장에서 강고한 지위를 고수하면서 더 이상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니지 시리즈 등 탄탄한 지식재산권(IP)으로 당장 유동성에 문제는 없지만 고금리로 신규 투자가 어려워진 대외 환경에 발맞춰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다. 또 지난해 초 대형 IT 업체 위주로 진행된 대규모 연봉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매각을 결정하게 된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NC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막바지 매각 협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산하에 연예 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있는 만큼 유니버스라는 팬덤 플랫폼을 확보해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고 나아가 자사 연예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기업 공개까지 염두에 둔 만큼 팬덤 플랫폼까지 확보해 상장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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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에스파 없는 NC 사업 한계 판단


NC가 채 2년도 안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던진 출사표를 거둬들이기로 한 데는 일차적으로 현재의 경쟁 구도에서 승산이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은 BTS를 위시해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하이브의 ‘위버스’,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과 함께 유니버스까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NC의 경우 타사와 달리 직접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지 않다 보니 사업의 핵심이 되는 아이돌 그룹 등 소속 가수들을 직접 거느리지 않는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때문에 다른 기획사에 속한 가수들과 단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이에 수익의 일정 부분을 떼어 줘야 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며, 재계약 시점이 도래할 때마다 계약비용 상승 압박도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유니버스의 경쟁자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가 BTS, 에스파 등 걸출한 가수들이 벌어오는 막대한 수익을 이익 배분 없이 가져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주된 사업이다 보니 엔터을 운영하는데 서 효율화를 이루는데 NC가 애를 먹고 있었다”며 “가수들의 플랫폼 입점을 위해 진행하는 소속사들과의 계약에도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긴축 기조·인건비 부담도 재편에 압력


하지만 NC가 대대적으로 기획했던 엔터 신사업을 2년 만에 접으려 하는 데는 대내외 경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금리 인상속에 기업들이 투자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는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대형 게임사들은 유동성 사정이 나은 편이고, NC는 특히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탄탄한 매출 흐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엄혹한 경제 상황에 더해 각종 신작 출시가 지연되는 상황 속에 변수는 존재한다. 향후 신작들은 NC로서는 미증유의 시장인 북미를 겨냥하게 돼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유동성 확장 국면에서 펼쳐온 사업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가기 부담스럽다. 성공 가능성을 기준으로 기존 사업들을 과감히 재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풍부한 NC로서도 신사업을 마음 편하게 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신작 부재 속에서 기대작들이 모인 만큼 무게중심을 게임에 보다 옮겨오는 게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 증가도 NC의 사업 개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 게임업계가 경쟁적으로 개발자들의 연봉을 인상한 것이 신작 부재 및 각종 대내외 악재 등 침체기를 맞아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당시 대형 게임사들은 많게는 2000만원까지 연봉을 높였다. NC도 당시 개발직군의 경우 1300만원을 올렸다.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데다 미래까지 불투명한 게임사로서는 급격히 늘어난 인건비가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넷마블은 신작 부재 속에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인건비·마케팅비 등 비용 부문이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은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가 운영 논란으로 사실상 신작 효과를 까먹으면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으며, 인도발 위기를 겪고 있는 크래프톤도 매출이 20% 가까이 꺾였다. 게다가 최근 위믹스 거래 중지 논란, FTX 사태 등으로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위메이드, 컴투스 등도 경영에 적색등이 켜진 상황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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