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로터리] ‘K네옴시티’ 비전, 정치도 가슴이 뛸 수 있도록

양향자 국회의원(무소속)

양향자 의원양향자 의원




새로운 미래. 네옴(NEOM)은 ‘새로운’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접두사 ‘네오(neo)’와 ‘미래’를 의미하는 아랍어 단어 ‘무스타발(Mustaqbal)’의 앞 글자를 더한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자국의 석유 의존 경제를 탈피하고 미래 첨단산업 대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최첨단 미래형 도시 ‘네옴’ 건설 계획을 밝혔다. 서울의 44배 규모, 사업비만 670조 원에 달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공상과학영화 이상의 미래를 제시한다. 전통적인 도시에 도전하는 빈 살만의 ‘문명 혁명’이 사우디를 넘어 새로운 아랍의 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도자의 웅대한 포부가 시대의 흐름마저 바꾸는 풍경이다.

건국 이후 우리 지도자들의 비전은 명확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다시 반석 위에 올리고 흰쌀밥을 배불리 먹이는 것. 그 결과 우리는 세계 7위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동시에 한계도 드러났다. 선도국을 제친다는 목표를 달성하자 방향을 잃고 좌고우면했다.



반면 대만은 단호했다. 대만 사람들은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한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반도체는 호국신기(護國神器), 반도체 기술자는 호국신인(護國神人)이다. “반도체가 대만의 안보를 보장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철학은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나타났다. TSMC가 물 부족 사태를 겪자 논으로 갈 물을 공장에 대고 반도체 인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반도체 학과 학생을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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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를 필두로 한 탄탄한 반도체 생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의 반도체 대기업(매출액 10억 달러 초과 기준) 수는 28개사로 한국(12개사)보다 2배 이상 많다. 대만 정부가 ‘반도체 올인 전략’으로 오래전 뿌려둔 씨앗이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국가 운영의 중심축에 둔 적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도 부침을 반복했다. 과학기술 패권 국가를 불가역적인 국정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에 입문하고 7년 동안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설치를 절실하게 외쳐온 이유다.

마침내 23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첨단전략산업특위 설치에 합의했다. 경쟁국에 버금가는 정책 수립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산업 그랜드 플랜을 특위가 제시해주길 바란다. ‘1000조 기업 2개, 500조 기업 3개’라는 과학기술 패권 국가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초당적으로 국력을 모으는 컨트롤타워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강대국이 흥하고 망했다. 담대한 비전과 상상력으로 일어서고 안주하자 주저앉았다. 빈 살만의 ‘네옴시티’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최첨단산업 ‘K네옴시티’로 탈바꿈시키자. 청년이 가슴 뛰는 국가여야 내일이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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