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역도 아닌데 계단까지 줄을 서있더라고요. 간간히 오는 열차도 이미 만원 상태라 탈 자리가 없어 그냥 보냈습니다. 퇴근길에는 열차 운행률을 86%로 유지한다더니… 택시도 안 잡히고 답답하네요.” (영등포구 직장인 이 모 씨)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30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도심 지하철역 곳곳에서 지연 운행이 발생해 퇴근길 직장인들이 큰 불편을 호소했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8시 사이 지하철 운행률이 평소의 86% 수준에 그치면서 가뜩이나 붐비던 퇴근길이 더 혼잡해진 탓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2호선은 내선순환선 기준 33분, 외선순환선 기준 27분 이상 지연됐다. 3호선 운행 역시 상·하행선 모두 25분 이상 늦어졌다. 1호선과 4호선 운행도 10~20분 가량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3호선의 안국역, 경복궁역, 종로 3가역 등은 혼잡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지하철 열차 간격이 12분 이상 벌어진 탓이다. 시민들은 평소 열차 운행 대기 시간의 두 배를 기다려야 했다. 현장에서는 “파업으로 열차 운행 간격이 일시 조정돼 운행되고 있다”며 “역사 내가 혼잡하니 고객들은 직원 안내에 따라 움직여달라”는 안내 방송이 수시로 나왔다.
지하철이 승강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탑승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열차 내에는 이미 탑승객이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승강장 내부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역사 직원이 인파를 통제하러 나서기도 했다.
오후 7시쯤 지하철을 탑승한 시민 김 모(24) 씨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겨우 겨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며 “여기저기서 ‘밀지 말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고, 지하철 역에 내릴 때까지도 숨이 막혀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탑승이 어려워진 시민들은 버스와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을 찾아 나서기도 했으나 이조차 이용하기 어려웠다. 직장인 이 모(29) 씨는 “지하철 역에 하도 사람이 많아서 밖으로 나왔더니, 버스도 만원인데다가 택시까지 안 잡혀 당황스럽다”며 “그래도 지하철 운행률이 86% 정도는 된다는데, 실제 운행률은 이보다 더 낮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답답하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 측은 2016년까지 정원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공사 측의 주장에 반발하며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파업에 나섰다. 서교공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측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성동구 공사 본사에서 본교섭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