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국내 최초 로봇 기반 무인 촉매 평가 실험실 열린다

에너지연, 촉매 성능 평가 데이터 축적 및 자율수행 실험 발판 마련

합성 나노촉매, 상용 촉매 물질을 인력 대비 30배 이상 빠르게 성능 평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실내에 구축한 로봇을 활용한 촉매 성능 평가 자동화 실험실. 사진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실내에 구축한 로봇을 활용한 촉매 성능 평가 자동화 실험실. 사진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실내 수많은 장비와 시약들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조작하고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던 것을 이제 로봇기술을 활용해 완전 자동화하고 365일 가동할 수 있는 실험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청정연료연구실 박지찬 박사 연구진이 로봇을 활용한 촉매 성능 평가 자동화 실험실을 국내 최초로 구축함으로써 무인 실험실 시대를 열었다고 1일 밝혔다.

IT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반면에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화학 분야 실험실의 연구 수행 방식은 오히려 정체돼 있다. 수많은 단순 반복 실험에도 고숙련 전문 인력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 숙련 인력은 단순 반복 실험에 시간을 뺏겨 창의적인 연구는 뒷전에 놓인 상황이다.

최근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커피 제조나 치킨을 튀기는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고 영국 대학의 한 연구팀에서는 실험실용 이동식 무인 로봇을 이용한 자율주행 실험 사례에 대해 네이처지에 보고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로봇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에는 숙달된 연구원이 하루 3회 정도만 수행할 수 있었던 촉매 사전 평가 실험을 로봇을 활용해 무인으로 시간당 6회까지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촉매 성능 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월평균 30~50명 수준의 전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놀라운 생산성으로 소재 개발 가속화 및 높은 연구성과 달성이 기대된다.



화학산업의 비타민과 같은 촉매는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이나 연료전지, 의약산업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고체 촉매 소재 원천기술은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촉매를 국산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제법이 복잡하고 재현성이 낮으며 통일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유연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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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보다 빠르고 편리하면서 신뢰성 높은 촉매 성능 평가 과정을 위해 국내 협동 로봇 제조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과 진동 교반기, 마이크로 피펫 등을 UV/Vis 분광기와 연동시켰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접목해 촉매 반응 진행 정도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로봇기반 촉매 자동화 평가시스템은 나이트로페놀 촉매 환원 반응을 활용해 동일한 금속과 함량을 갖는 촉매들에 대해서 각각의 활성도와 속도상수 등을 빠르고 정밀하게 반복 측정함으로써 촉매간 상대적 성능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하루 100회 이상 촉매 성능 평가 결과를 확보할 수 있어 촉매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하고 특허로 출원한 로봇 기반 촉매 성능 자동화 평가 시스템을 통해 앞으로는 전문 인력의 투입 없이도 보다 빠르고 신뢰성 있게 촉매 사전평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촉매 소재 개발과 나노 소재의 물성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촉매와 나노 소재 관련 빅데이터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책임자인 박지찬 박사는 “숙달된 연구자들만이 원활히 수행 가능했던 반복적 촉매 평가 실험을 무인 자동화 로봇을 통해 빠르고 신뢰도 있게 진행하도록 대체한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라며 “향후 나노 촉매 다품종 소량 생산 스마트 실험실을 구현하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접목된 자율 수행 실험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국가적 촉매 공유 플랫폼 센터를 완성해 보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22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우수 융합클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2024년 이후 나노 촉매 및 소재 정보학 구축을 위한 핵심 플랫폼 기술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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