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퇴직연금 '머니무브'에…1년짜리가 2%P 높아

◆보험사 장·단기상품 금리 역전

흥국생명 확정급여 1년 상품 6.4%

3년은 4.5%…전 업권 중 최대差

은행·증권사서도 "자금이탈 막자"

당국 행정지도 불구 금리경쟁 가속





연말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상품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1년짜리 상품의 금리를 바짝 올리고 있다. 장단기 상품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며 이달 들어서는 1년 상품과 3년 상품의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과당 금리 경쟁에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눈앞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금융사들의 항변이다.



6일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상품 공시에 따르면 12월 흥국생명의 퇴직연금 1년 상품과 3년 상품의 금리 차가 1.96%포인트를 기록했다. 1년 상품 금리는 6.46%이지만 3년 상품 금리 4.50%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이는 전 업권 중 가장 큰 금리 차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과 DB생명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돼 1년 상품과 3년 상품의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 났다. 은행과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 금리 차는 보험사만큼 크지는 않지만 1년과 3년 금리 차가 0.12~0.51%포인트 수준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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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생명 등 일부는 여전히 1년 상품보다 3년 이상 상품의 금리가 높았다. 삼성생명 측은 1년 상품으로 가입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1년 상품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이탈이 크지 않은 데다 단기에 치우친 퇴직연금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말 대규모의 자금 이동이 불가피하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 최근 자금 시장 경색으로 각 금융사가 자금 이탈을 막고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퇴직연금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매년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는 금리 인상이라는 특수성으로 이동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시중 유동성 축소 영향으로 인한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 연말에 집중된 만기 등을 감안할 때 연말 연초 보험사들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2월 DB형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평균 제공 금리는 증권, 저축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은행 순이었으며 11월 대비 특히 증권과 생명보험의 금리 상승 폭이 컸다.

금융 당국도 퇴직연금의 자금 이동이 금융사들의 채권 매각으로 이어져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과당 금리 경쟁에 경고를 보낸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시중은행·증권사·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및 46개 비사업자(상품 판매 제공자) 등 총 90개 금융사에 12월 금리 결정 시 상품 제공에 따른 비용과 운용 수익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행정지도를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에서 연말 퇴직연금 시장 과당경쟁을 포함해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노력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 등을 언급하면서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 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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