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예산안 합의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다시 폭발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쟁을 키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8일 본회의 개최를 무산시켜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예산과 해임안에 대해 투트랙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전격적인 예산안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이 장관을 문책하겠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고 9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 통과 후 국정조사가 이어지면서 대통령께서 해임건의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총에서 나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국정 발목 잡기’ 역풍이 거세질 수 있어 지도부는 단계적 문책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제1야당이 의총에서 총의를 모은 안건이 민생이 아닌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라니 개탄스럽다”며 “끝 모를 정쟁의 소용돌이로 국회를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여당 지도부는 국회의장 설득을 통해 8일 본회의 개최를 막고 해임건의안 처리를 무산시키는 방안을 집중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9일 해임건의안이 올라와도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상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를 거쳐야 하며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폐기된 것으로 간주한다.
예산안 자체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다시 만났지만 예산안 감액 규모를 두고 양측의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민주당은 통상 정부안의 1%를 감액한 만큼 7조 원 정도 감액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최대 2조 원으로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석열표 예산인 ‘대통령실 이전’과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과 관련한 예산을 두고 며칠째 의견 근접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개편안 협의도 곳곳이 암초다. 정부는 감세 기조의 법인세·종합부동산세·소득세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여야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대주주의 기준을 10억~100억 원 사이에서 조정해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세를) 100억 원까지 면세하라는 주장은 철회하라는 것”고 강경하게 맞섰다.
공전을 거듭 중인 예산안 협상에 해임건의안 문제까지 재발하면서 9일까지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까지 빈손 국회로 끝나지 않겠다는 여야의 공감대 역시 분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에 10일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10일 이후부터 예산안 협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임시국회 요구서는 민주당이 여당을 압박해온 ‘단독 예산안 처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도 파국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여당은 ‘해임건의안 발의는 곧 협상 결렬’이라고 예고해왔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최대한 협의를 노력할 것이다. 8일 의총에서 의견을 모으겠다”며 반발 수위를 조절했다. 정기국회 종료를 이틀 앞두고 협상 테이블을 벗어날 경우 합의 불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