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서울우유 부분 파업…연말 우유대란 오나

■ 업계 1위 '노사 협상' 난항

사측, 1%대 임금 인상안 제시

노조 "사실상 삭감 조치" 반발

경영환경 악화…갈등 심화 우려

사태 장기화땐 제품 수급 비상





국내 우유 시장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점유율 40%에 달하는 서울우유의 공장이 멈춰서면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우유 특성상 곧바로 매대가 텅텅 비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폭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파업이 저출산과 수입우유 공세로 어려운 유업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 노조는 이날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양주와 안산 등 공장 근로자들도 파업에 동참한다. 이는 노사가 그동안 임금 인상폭을 두고 수차례 교섭을 벌여왔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결국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뒤 세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사측은 올해 임금 인상폭으로 1.7%를 제시했다. 이는 예년 평균 인상폭인 2~3%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노조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실상 임금 삭감 조치라며 5%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차이가 크다. 노조는 1차 협상 당시 7%의 인상을 요구했다가 인상폭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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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는 저출산 여파에도 호실적을 기록해왔다. 시장 1위로 브랜드 파워가 큰 데다 간편식(HMR)과 치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부대 사업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은 1조 84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4억 원에서 582억 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사측은 노조에 앞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낮은 임금 인상폭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8월부터 서울우유가 사룟값 지원 명목으로 낙농가에 월 30억 원씩 지급해온 지원금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우유는 낙농가가 모여 설립한 조합이다.

유업계도 이번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출산과 수입우유 공세에 갈수록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노사 갈등이 빈번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푸르밀이다. 45년 역사의 유업체 푸르밀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지난 10월 갑작스러운 폐업을 결정했다가 노조와 인원을 30% 감축하는데 극적 합의하고 사업종료를 철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연이은 우유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우유 파업 사태가 장기화될 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우유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서울우유의 시장 점유율은 42%로 압도적 1위다. 이어 빙그레(14%), 남양유업(13%), 매일유업(11%) 등의 순이다. 실제 서울우유는 이날 파업에 따라 일부 제품이 미출고되거나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편의점에 발송했다. 유통 업체들은 타 유업체 발주량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생산이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노사 모두 교섭 의지가 뚜렷한 만큼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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