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철강·유화 '감산 위기'…산업계 피해 커지자 '추가명령' 강수 꺼내

■정부, 내일 철강·석유화학 업무개시명령 발동

파업 여파 철강 출하 50% 밑돌고

유화도 평일대비 5% 수준 머물러

원희룡 "먼저 산업현장 돌아간 뒤

정당하게 처우 개선 요구를" 강조

업무복귀 대상 최소 6000명 달해

항만물류 정상화·품절주유소 감소

운송거부 집회인원 줄며 동력 잃어


정부가 8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는 것은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석유화학·철강 분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14일째를 맞은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성신양회 단양공장 앞에서 비조합원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14일째를 맞은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성신양회 단양공장 앞에서 비조합원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산업 분야 피해 상황을 점검한 결과 피해가 가장 심각한 쪽은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경우 수출 물량 출하가 평시 대비 5% 수준(7일 오전 기준)에 불과했다. 내수 물량은 업체에 따라 평시 65% 수준의 출하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누적된 출하 차질로 일부 업체는 이번 주말부터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 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47% 수준에 불과해 일부 업체가 이번 주 내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철강 반출입 상황을 점검한 뒤 “화물차주들이 먼저 산업 현장이 잘 돌아가게 한 뒤 정당하게 처우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며 “업무개시명령은 최후의 수단이므로 산업 피해와 운송 복귀 현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뤄지겠지만 당장 내일(8일)이라도 국무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석유화학·철강 분야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경우 대상 화물기사는 최소 6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철강 분야 화물차주 중 약 30~40%가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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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멘트와 달리 석유화학·철강 분야의 화물기사는 다른 분야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점이 난관이 될 수 있다.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시멘트의 경우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으로 명확히 알 수 있지만 석유화학은 컨테이너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석유화학만 운송하는 화물차라고 선 긋기가 쉽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쭉 (화주와) 거래해온 차주들이 계속 일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철강 분야 화주들이 대기업인 만큼 시멘트 분야보다 업무개시명령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시멘트 운송사의 경우 거래하는 화물기사의 명부 등이 전산화돼 있지 않아 국토부 등 현장 조사반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거래 명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이 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만 물류의 경우 거의 정상화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정부는 광양항의 물동량 회복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광양항을 기반으로 하는 화물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전 항만 중 가장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집단 운송 거부로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됐던 광양항의 반출입량은 이날 오전 기준 평시 대비 111%를 기록했다. 광양항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과 천막이 전날부터 치워지면서 물류 운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품절 주유소의 숫자도 소폭 줄었다. 재고 부족 등록 주유소는 6일 기준 수도권 41개, 비수도권 40개 등 총 81개소로 전일(96개소) 대비 15개소가 감소했다. 정부가 군용 등 대체 탱크로리(유조차) 203대를 긴급 투입하면서 정유 출하량은 5일 기준 평시 8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부가 전날부터 업무개시명령 이후 업무 복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운송사 19개와 화물차주 475명은 운송을 재개했다. 화물차주 40명은 운송 의향이 있으나 코로나19 또는 질병으로 즉시 운송 재개가 곤란하다고 소명했다. 전날까지 시멘트 공장 인근 등에서 집단 운송 거부를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65건 중 50건에 대해서는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특히 정부가 업무 복귀 명령에 불응한 시멘트 화물차주 1명을 경찰에 고발, 제재에 착수한 것도 화물차주에 큰 압박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집단 운송 거부 관련 집회 참가 인원은 4400명으로 출정식 대비 46% 수준으로 감소했다. 구 정책관은 “며칠 전까지는 여수·광양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지만 최근 화물연대 조합원이 비조합원을 협박하는 등의 사건이 줄어 비조합원들의 운송이 많이 늘었다”며 “개인 사업자인 화물기사 분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집단 운송 거부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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