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잠시 잊어야 할 때다.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프리미어리거들이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축구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잉글랜드(FIFA 랭킹 5위)와 프랑스(4위)는 11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을 치른다. 잉글랜드는 16강에서 세네갈을 3 대 0으로 꺾었고 프랑스는 폴란드에 3 대 1 승리를 거둬 8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최고 빅 매치로 꼽히는 이번 경기는 사실상 미리 보는 결승전이다. 백년전쟁의 당사자로 역사적으로도 앙숙 관계인 두 나라는 축구에서도 오랜 라이벌이다.
양 팀을 대표하는 주장들의 관계도 특별하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과 프랑스의 위고 요리스(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그 주인공이다. 손흥민의 동료인 두 선수는 토트넘에서만 무려 10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공격수와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케인은 요리스를 넘어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1골에 그치고 있는 케인이지만 팀 내 최다인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라 요리스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가이 스테판 프랑스 대표팀 수석 코치는 “8강전은 토트넘 동료인 요리스와 케인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며 “요리스는 케인을 잘 알고 있다. 케인이 어떻게 공을 차고 경기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중거리 슛이 좋은 잉글랜드 수비수 에릭 다이어도 토트넘 동료 요리스를 괴롭혀야 한다.
케인과 요리스 외에도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돼 돌아온 선수들이 꽤 많다. 프랑스 대표팀에 EPL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퍼드(잉글랜드)와 라파엘 바란(프랑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각각 양국의 주전 공격수와 수비수이기 때문에 경기 중 끊임없이 부딪쳐야 한다. 게다가 래시퍼드는 이번 대회에서만 3골을 터뜨리는 화력을 뽐내고 있다. 바란이 프랑스를 8강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래시퍼드를 봉쇄해야 한다. 잉글랜드의 루크 쇼와 해리 매과이어도 맨유 소속팀 동료인 바란을 상대한다.
이외에도 아스널의 부카요 사카, 에런 램스데일(이상 잉글랜드)과 윌리암 살리바(프랑스), 리버풀 소속 조던 헨더슨(잉글랜드)과 이브라이마 코나테(프랑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데클런 라이스(잉글랜드)와 알퐁스 아레올라(프랑스)도 우정은 접어두고 서로에게 창을 겨눠야 한다.
26명의 선수단 중 무려 25명의 선수가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잉글랜드와 달리 프랑스는 자국 리그인 리그앙에 소속된 선수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를 포함해 6명밖에 안 되는 게 특징이다. 킹슬레 코망 등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AC 밀란(이탈리아) 소속이 2명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