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산업 현장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9일 끝났다. 16일간 이어진 파업으로 주요 산업계의 누적 피해액은 3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분야 손실액이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시멘트·석유화학·철강 분야에 업무개시명령까지 내렸지만 운송 차질에 따른 피해가 급격히 누적된 영향이다.
우선 철강 업계는 이번 파업으로 1조 3000억 원이 넘는 출하 차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제철소의 육송 출하가 중단되자 철강사들은 해상·철도 출하로 대응했지만 운송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송 물량을 대체하기 어려웠다. 반출되지 못한 철강재가 공장에 쌓이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특히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경우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석유화학 업계도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출하 차질을 겪으며 전국 주유소에서는 ‘기름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한 여파다. 4대 정유사(SK·GS·S-OIL·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의해 운행된 만큼 휘발유를 공급 받지 못한 주유소는 한때 100곳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시멘트 업계의 사정도 심각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1195억 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파업 직후 출하량이 시멘트는 평시 대비 5%, 레미콘은 30% 수준까지 낮아졌고 레미콘 공급 차질로 전국 건설 현장 785곳의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건설 업계는 시멘트 집단 운송 거부 등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 중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하루 평균 46억 원의 공사 차질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누적된 피해 역시 상당하다. 금호타이어(073240)는 공장 내부에 생산이 끝난 제품을 더 이상 쌓아둘 수 없자 광주와 곡성공장 생산량을 평시 대비 30%까지 줄였다. 수출 물량 출하에도 차질이 발생하며 매출 전반에 타격이 발생했다. 완성차 제조사는 생산이 완료된 차를 출고센터로 옮길 카캐리어 기사 대부분이 파업에 들어가며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차를 이동하는 ‘로드 탁송’에 나섰다. 아르바이트 운전기사를 고용하기 위해 추가 비용까지 투입했고 고객에게는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 연장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