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침체장 속에서도 질주해왔던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전기차 수요의 아이콘인 테슬라마저 수요가 꺾일 조짐을 보이자 배터리 업황 둔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올라왔던 내년 실적 전망치도 최근 꺾이고 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만큼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차익 실현에 나서는 가운데 공매도까지 몰리면서 낙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9.67(3.53%) 하락한 5177.2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0.76%)와 코스닥(0.98%)의 상승세와 대조된다. SKC(-7.01%), 삼성SDI(-6.93%), LG화학(-6.42%), 엘앤에프(-6.03%), 천보(-5.72%), 포스코케미칼(-5.39%), LG에너지솔루션(-3.01%) 등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3.06%)과 솔브레인(2.77%)은 상승했다.
공매도 폭탄은 낙폭을 키우고 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정규시장과 시간외시장에서 공매도 거래가 제한됐다. 전날 공매도 비중이 34.18%를 기록하고 주가가 5.68% 하락해 과열종목 유형4 요건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이날 공매도 거래 대금은 321억 3123만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80억 3531만 원), SKC(56억 7594만 원) 등도 공매도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의 상징 격인 테슬라가 휘청이자 국내 2차전지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르면 12일부터 상하이공장 직원들의 하루 교대 근무시간을 9시간 30분으로 기존보다 2시간 줄이기로 했다. 또 일부 신규 채용 인력 배치를 내년 춘제(중국의 설) 이후로 연기했다. 이에 배터리 산업 가치사슬을 지탱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수요 부진 우려가 국내 배터리 산업에도 반영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2차전지 업황 둔화는 내년 실적 전망치에 반영되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 4조 2341억 원에서 4조 2183억 원으로 1.3% 감소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경우 내년 중국 신에너지차 보조금 폐지 전망으로 전반적인 산업 체인의 재고 감축 움직임도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멘텀 유지에 부담이 되는 여러 리스크 요인을 감안해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중순 이후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조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전기차 수요에 대한 의심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1월 실적 예고 기간에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컨센서스 하향 조정이 나타난 이후 회복될 것이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에 대한 부담도 다음 달 중순 정도에 대부분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