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했다. 화물연대가 9일 전체 조합원(2만 6144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철회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13.67%가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61.84%가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 파업을 시작한 지 16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의 일몰 3년 연장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제는 일몰 연장 등 전제 조건 없이 원점에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정(勞政) 및 여야 협의를 통해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당초 화물연대 파업은 ‘동투(冬鬪)’의 시발점이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으로 이어지는 줄파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상당수 노조들이 줄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화물연대는 점차 고립됐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접은 것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의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데다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3조 5000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피해가 커지자 두 차례에 걸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쇠구슬 테러 등 운송 방해 행위를 확인해 고소·고발에 착수했다.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주도의 ‘정치 파업’에 동참했다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파업 동력을 상실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14일로 예정된 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철회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 위에 군림해온 민주노총은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이 고립만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뒷전으로 미루고 정치 투쟁을 밀어붙인다면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는 노조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고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화물 차주들에 대한 행정 조치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또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는 안전운임제 대신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 노사정 관계를 정립하고 노동 개혁을 본격 추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