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뉴요커의 아트레터] 마이애미가 예술도시로 성장한 이유

남미계 이민자 컬렉터들의 후원

부동산 개발과 예술산업의 만남

'글로벌 아트시티' 도시들의 롤모델

마이애미 ICA 미술관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Miami)에서는 현재 니나 샤넬 에버니 (Nina Chanel Abney)의 개인전이 크게 열리고 있다.마이애미 ICA 미술관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Miami)에서는 현재 니나 샤넬 에버니 (Nina Chanel Abney)의 개인전이 크게 열리고 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긴 시간 아트바젤 아트페어가 마이애미에서 성공적으로 열리고, 마이애미가 국제적인 예술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역사회 내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바로 메가 컬렉터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다.



남미계 이민자 컬렉터 중심의 마이애미 커뮤니티는 개인 컬렉션을 대중과 공유하는 일에 그 어떤 지역들보다 적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마이애미 공공 미술관에 아낌없는 재정적 후원을 하며, 직접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플랫폼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아트바젤을 보기 위해 마이애미를 방문한 예술 애호가들은 단순히 아트페어에 그치지 않고, 마이애미 내 다양한 지역 작가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이애미의 억만장자 컬렉터 조지 페레즈 (Jorge Perez)는 아르헨티나 계 이민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페레즈는 마이애미로 이민 왔고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페레즈는 미국 정치계 거물인 빌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들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10여 년 전 페레즈는 마이애미 미술관에 3500만 달러를 현금으로 기부했고, 마이애미미술관은 페레즈미술관 (Perez Art Museum Miami)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에도 페레즈는 수 천만 달러의 금액과 본인 컬렉션을 꾸준히 미술관에 기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엘 에스파시오23(El Espacio 23)라는 프라이빗 미술관을 열었다. 페레즈의 개인 컬렉션이 기획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작가와 큐레이터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마이애미의 또 다른 메가 컬렉터인 드 라 크루즈 부부의 드 라 크루즈 컬렉션 (De la Cruz Collection)의 내부 모습이다. 복합문화공간인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 마이애미 ICA 미술관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Miami)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마이애미의 또 다른 메가 컬렉터인 드 라 크루즈 부부의 드 라 크루즈 컬렉션 (De la Cruz Collection)의 내부 모습이다. 복합문화공간인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 마이애미 ICA 미술관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Miami)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또 다른 메가 컬렉터는 로사 드 라 크루즈(Rosa de La Cruz)와 카를로스 드 라 크루즈(Carlos de La Cruz) 부부다. 이들은 쿠바계 이민자로, 1970년대부터 마이애미에 거주하며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했다. 초기 컬렉션은 주로 남미 미술이었지만 현재는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부부는 아트바젤이 마이애미에 들어오기 전부터 전 세계 컬렉터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수집품을 공개했다. 아트바젤이 마이애미에 진출한 후에는 지역 작가 전시를 적극적으로 기획하는 비영리단체인 무어 스페이스(Moore Space)를 세운다. 2009년에는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 ICA 마이애미 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Miami) 바로 옆에 ‘드 라 크루즈 컬렉션(De la Cruz Collection) 미술관’을 새로 개관했다.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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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벨 뮤지엄 (Rubell Museum)에 전시된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의 나르시서스 가든 (1966) 작품이다. 700여개의 스테인리스 구슬로 이루어져 있다.루벨 뮤지엄 (Rubell Museum)에 전시된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의 나르시서스 가든 (1966) 작품이다. 700여개의 스테인리스 구슬로 이루어져 있다.


루벨 뮤지엄(Rubell Museum) 또한 마이애미를 방문하는 예술 애호가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미술관 중 하나다. 7000여 점의 작품들을 보유한 루벨 부부 또한 마이애미에 30여 년 정착한 토박이다. 탁월한 눈썰미로 저평가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초창기부터 소장하고 있다. 현재는 블루칩이 되어버린 래시드 존슨(Rashid Johnson),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과 같은 작가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루벨 뮤지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서도 저명하다. 2011년부터 시작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스타작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루벨 부부는 추가적으로 올해 워싱턴 DC에도 프라이빗 미술관을 새롭게 개관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루벨 뮤지엄(Rubell Museum)에서는 젊은 블루칩 작가인 도론 랜드버그(Doron Landberg)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빅토리아 미로 소속인 작가는 현재 1차, 2차 시장에서 큰 수요를 보이고 있는 작가이다.루벨 뮤지엄(Rubell Museum)에서는 젊은 블루칩 작가인 도론 랜드버그(Doron Landberg)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빅토리아 미로 소속인 작가는 현재 1차, 2차 시장에서 큰 수요를 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이런 메가 컬렉터들과 더불어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낙후된 지역에 프라이빗 미술관을 개관하며,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성공적 사례로 마이애미 내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가 대표적이다. 청담동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디스트릭트에는 명품숍을 비롯해 고급 레스토랑, 디자인 가구점, 프라이빗 컬렉션과 미술관들이 같이 위치해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노력 덕분에 마이애미는 단순 미술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로 우뚝 성장할 수 있었다.

20여 년 전 문화적 황무지였던 마이애미의 성장을 보면 프리즈가 막 들어온 서울의 현시점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국제 문화 행사가 가져오는 경제·문화적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현재 서울은 아시아의 글로벌 예술 도시가 되기에 좋은 조건과 기회를 갖고 있다. 국내 젊은 작가들이 더 큰 무대에 소개될 수 있는 자리와 송현동 부지에 들어설 이건희 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말이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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