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에 러브레터 썼던 美기자, 월드컵 8강전 취재중 돌연사

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의 한 유명 축구기자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취재 도중 현장에서 돌연 사망했다.



10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미 언론인 그랜트 월(48)은 이날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중 기자석에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월은 당시 기자석에서 경기를 취재하고 있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전까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회 열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의 트위터 계정에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네덜란드의 놀라운 세트피스 골이다”는 글 두 개가 남겨져 있다. 후반전 종료 무렵 터진 네덜란드의 동점골 상황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월드컵 개막 이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월은 뉴스레터에서 잠을 거의 못 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업무량이 많아 몸이 무너졌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10일 동안 감기에 걸렸고 항생제를 받고 잠을 보충한 후 기분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트위터 캡처트위터 캡처



이달 초에는 카타르 소재 병원을 찾은 뒤 “몸이 고장 난 것 같다. 3주간 잠도 거의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미국과 네덜란드의 16강전(4일)이 열린 날 증세가 심해졌다. 가슴 윗부분에 강한 압박과 불편함이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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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은 26년 경력의 축구계 베테랑 언론인으로 스포츠 관련 책도 여러 권 저술했다. 팟캐스트 등 여러 활동을 겸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위터 팔로워 역시 85만여 명에 달한다.

월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했으며 1996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축구와 대학 농구를 취재했다. 2012년부터 7년간 FOX스포츠에서도 활동했다. 이번 월드컵은 자신이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취재 활동을 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또 그는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의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월은 대회 기간 내내 성적소수자를 탄압하는 카타르 정부를 비난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의 동생 에릭이 성 소수자인 영향이 컸다. 에릭은 “우리 형은 건강했다. 내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 형이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 믿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축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월의 죽음을 애도했다. 각국 축구계 인사들과 그의 팬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모를 전하고 있다.

한편 월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르포 기사로 한국의 거리응원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무엇을 사랑하는지 묻는다면 삼키자마자 이마에 땀이 송송 나게 만드는 한국의 매운 김치를 사랑한다'는 칼럼을 미국 CNN 웹사이트에 올려 '친한파' 기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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