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땅 하난데 주인은 4000명?…기획부동산 무섭습니다[코주부]

개발제한인데 '신도시 들어온다' 속이기도

기획부동산 의심되면 확인해야 할 10가지

기획부동산 위험 지역. 사실상 경기도 전역이 위험 지역입니다. /출처=경기도기획부동산 위험 지역. 사실상 경기도 전역이 위험 지역입니다. /출처=경기도




지난달 한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등이 사기,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죠. 이들은 서울 송파·강동구, 강원도 원주, 경기도 평택에 있는 땅과 관련해 미공개 개발 정보를 알고 있다고 속여 피해자 3000여명에게서 무려 2500억여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그들이 개발된다고 홍보했던 땅은 물론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소녀시대 멤버인 태연의 부모님도 포함돼 화제가 됐었죠. 이처럼 기획부동산 피해는 언제든, 누구든 입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기획부동산의 실제 피해 사레부터 피해를 막는 방법, 피해를 입은 경우 신고 방법까지 낱낱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땅은 하난데 주인은 4000명?


기획부동산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여러 명에게 지분을 쪼개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 가치 없는 땅을 높은 가치라고 속여 파는 것 자체가 사기일 뿐더러 미등기 전매나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 땅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탈법이 일어나는 심각한 부동산 범죄입니다.

지난달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피해 사례집을 냈습니다. 경기도는 서울과 가깝고 개발 호재가 많은 탓에 기획부동산 범죄도 횡행하고 있거든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기획부동산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필지 하나에 주인은 4000명

성남시에 위치한 임야 138만4964㎡를 구매해 4037명에게 지분으로 쪼개서 판매. 자연녹지지역과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이 땅을 ㎡당 1만1091원에 구매해 ㎡당 7만2120원에 판매함. 판매 차익 850억원 추정.

②개발제한구역에 급경사인데 신도시 들어선다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 등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배후 도시로 개발될 것이라고 허위 광고. 피해자는 2661건의 토지를 총 6308만원에 매수했으나 개발제한구역 내 자연 녹지에 급경사인 토지로 아파트 건축 등 배후도시로 사실상 개발 불가능한 토지.

③전원주택 들어설 거랬는데...알고보니 민통선

인근에 민자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신공항 및 경인운하 호재가 있어 전원주택지로 개발이 가능한 토지라고 속여 판매. 그러나 해당 토지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군사시설보호구역, 민간인 통제선 등이 포함돼 있어 개발 불가.

기획부동산일까? 체크리스트


기획부동산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 내가 살 땅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수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두 눈으로 구매할 땅까지 확인했다면 아래 리스트를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경기도에서 만든 기획부동산 사기 체크 리스트 10가지 입니다.



□ 가치가 낮은 임야, 전, 답 등을 지분으로 매수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상 개발제한구역, 보전산지 등 개발이 어려운 토지와 고도가 높은 토지를 매수



□ 선입금 강요 및 계약 전까지 지번 등 해당 물건지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음

관련기사



□ 주변의 시세 및 개별공시지가 대비 월등히 높은 가격으로 매수

□ 토지등기부등본 상 소유자가 아닌 법인이 판매하거나 소유자이더라도 단기간 소유한 토지를 매매

□ 직접적인 개발 없이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라는 개발계획 또는 판매 토지와 전혀 상관없는 개발계획 (ex) 3~5년 내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개발될 것

□ 지인(가족·친구 등) 또는 텔레마케터에 권유받아 토지를 매수

□ 토지계약 및 잔금 지급 완료 후 소유권 이전에 관한 등기를 6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 00에셋, 00경매법인 등의 상호를 쓰는 법인으로부터 토지를 매수

□ 매수금액이 1000만~5000만원에 해당할 경우



10가지 항목 모두를 잘 점검해보셔야겠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토지의 고도(높이) 그리고 회사 이름 두 가지를 특히 눈여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도 평면 상에서는 위치가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가보면 산꼭대기(!)에 땅이 있어 개발 불가였던, 피해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 사기꾼이 제시한 지도만 보고 투자할 때 발생하기 쉬운 유형입니다.

회사 이름도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에셋, 옥션, 경매법인 등의 이름 앞에 은행 이름이 붙는 경우입니다. 케이비, 우리 등등 익숙한 은행의 이름 또는 엇비슷한 이름을 멋대로 가져다 쓰지만 실제로 이런 회사들과 은행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OO은행에 이런 회사가 있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꼭, 해당 금융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기획부동산 피해 입었다면


만약 피해자가 경기도에 있는 토지를 거래했거나 기획부동산 회사 주소지가 경기도일 경우 경기도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토지 정보과 또는 해당 시·군·구 부동산관리팀 등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신고 담당부서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끝으로 기획부동산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에게 실제 했다는 말들을 모아 전해드리며 오늘의 콘텐츠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달콤한, 그러나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하는지 한 번 읽어보며 다시 한 번 기획부동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단기간 개발되어 수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오래 걸릴 땅이 아니다.” “기가 막힐 정도의 물건, 확실성 높은 황금. 잡아야죠 이정도는 빚테크로...” “결국 개발이 될 수밖에 없는 입지라면 논이든 산이든 밭이든 지분이든 맹지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다 모두!”



코주부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서울경제의 재테크 뉴스레터 ‘코주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코인, 주식, 부동산까지 요즘 가장 핫한 재테크 소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코주부 레터. 아래 링크에서 구독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매주 월, 목요일 아침 8시에 보내드립니다.(무료!)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 →https://url.kr/kojubu



박윤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